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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철(鐵)의 사랑」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20:15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붕 떠 있는 듯한 풍경 묘사가, 지옥을 연상케 하는 조선소 내부 풍경과 어울려 굉장히 묘한 분위기를 그려낸다. 조선소, 그리고 그 안의 작업환경에 대해 떠올린 적이 없던 터라 주의 깊게, 뚫어져라 읽었다. 최 씨는 실은 시골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일 수 있다. 하지만 자신 외의 것에 신경 쓸 수 없는 조선소에서 최 씨는 마치 악랄한 살인자와 같이 그려진다. 최 씨를 비난하는 작업자들조차 외면, 내면 할 것 없이점점 최 씨처럼 문드러져 간다.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은 커다란 배에 대해 꽤나 많이 기억할 것이다. 그것을 만들어낸 조선소의 존재를 연상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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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경,「시디팩토리」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20:12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린 모두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꿈이 현실의 영역에 다다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꿈은 장롱 깊숙이 박힌 CD처럼, 구석구석 먼지가 쌓여 오작동을 일으킬 때까지 방치된다. 누구보다 희망차고 부풀어 보이던 하령의 꿈은 사실 터지기 직전인 거품과 같았다. 하령이 '나'를 통해 얻고 싶었던 건, 실은 물질적인 공간이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감이었을 것이다. 「시디팩토리」 같은 글을 쓰고 싶었다. 물론 방향은 희망을 더 첨가한 쪽으로 쓰고 싶었다. 공모전에 냈던 글과 작품을 비교해 보며 알았다. 지금껏 필자가 겪었던 세상은,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생각들은, 어찌 보면 무균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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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굴 드라이브」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20:11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배경의 음울함이 어딘가 익숙하다. 어쩌면 조선소나 공장 같은 익숙한 단어들을 접해서일지도. 동희가 고향에 내려와 받은 감정에는 짜증과 허탈함과 한 스푼의 그리움이 섞여 있다. 이 미묘한 감정이 반영된 걸지도 모르겠지만, 작품 속에서 그리고 있는 현실은 우울하지만 밍밍하다. 반장과 동희의 대화에서 이런 지점을 가장 크게 느꼈다. 학창 시절의 반장에서는 사실 찾아보기 어려울 현재 속에서, 반장은 그저 웃는다. 마치 시시콜콜한 이야기처럼 차가운 현실을 내뱉는다. 그것이 어쩌면 가장된 밍밍함일지도 모른다. 반장은 옛적 싫어하던 친구를 초대해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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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오래된 협약」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20:09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벨라타는 지구와 근본적으로 다른 곳이다. 그렇기에 벨라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구의 관점에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비록 두 행성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모두 인간이라 해도. 이정이 노아의 편지를 조금만 더 일찍 받았더라면, 이정은 노아를 비롯한 벨라타인들을 이주시키려 힘썼을까? 그렇다면 그건 벨라타인을 위한 일이었을까? 오브를 위한 일이었을까? 이정을 위한 일이었을까? 노아를 비롯한 벨라타의 사제들이 무신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벨라타가 그 나름대로 나아갈 방향을 분석하고 조율한다는 건 분명하다. 이미 벨라타인은 벨라타의 일부이며, 행성의 삶을 지구인이 손쉽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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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흰 눈과 개」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20:08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오해, 말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화해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말하지 않는 것의 미묘함을 표현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작품의 결말이 조금 더 값져 보인다. '나'와 딸의 유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유대의 끊어짐도 이어짐도 마찬가지다. 오해로 빚어진 보이지 않는 가위는 둘의 유대를 야금야금 잘라내고 있었고, 어느새 각자의 고뇌와 큰 사건에 힘입어 그 유대를 끊어내고 만다. '나'가 인사 담당자로 일하며 겪었을 죄책감과 공포가 유대의 단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공적인 공간에서 이어지던 관계 자르기가 집까지 졸졸 따라온 격이랄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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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제, 「그룹사운드 전집에서 삭제된 곡」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20:05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요 근래 청춘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요 몇 년 사이 파릇하고 수수한 청춘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우수수 떨어졌다. 적어도 필자에게 있어, 청춘은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는 타임머신을 타야 만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작품 속 '나'와 '엄마'를 보면, 실제로 청춘이라는 단어가 과거만의 어떤 것이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니 이때의 푸르른 봄은, 사진 속이나 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무언가이다. 청춘은 이렇게 보면 젊음과 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특히나 이루고 싶었던 수많은 것들을 놓아 버리거나 빼앗겨 버렸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나'가 '엄마'를 계기로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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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원, 「망원」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20:02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람 사이의 마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각보다 녹슬지는 않는다. 물론 상황은 변하고 처음에는 강하던 향도 시간이 지나면 날아간다. 그렇다 해도, 오래도록 별말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는 관계였다면, 생각보다 오랜만에 봐도 그럴 수 있는 법이다. 동시에 마음이 녹슬진 않아도 밍밍해질 순 있다. 그러니까, 사랑이 호감으로 바뀌고 호감은 익숙함으로 바뀐다. '이모'와 '나'의 관계는 어찌 보면 '이석'과 '나'의 관계보다 거리감이 있다. 그렇지만 관계는 때로 스퍼트를 내며 좁히기도 한다(동일한 속도로 도망치기도 하고). 그래서 '이모와 나'는 실제로 '이석과 나'보다 부르기 편하다.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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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치즈 달과 비스코티」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19:59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신병자와 슈퍼히어로의 유일한 차이점은 '유익하냐'인 것 같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을 현실에서 실현하고 있다는데 실체도 없고 유익하지도 않아 보이면 그건 비정상이다. 거기에 우리가 흔히 '이상하다'라고 느끼는 특질이 눈에 보이면 낙인은 확신이 된다. 물론 작품의 서술방향을 충실히 따라가면, '나'가 실제로 내면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으레 기피하는 모습으로 변모하면서, '나'는 가볍게 만나고 헤어질 수 있으며 원하는 만큼 잘 지낼 수 있는 무생물(돌)과 대화하는 편을 택한다. '나'에게 '마음을 마음껏 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는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