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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흰 눈과 개」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20:08728x90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오해, 말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화해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말하지 않는 것의 미묘함을 표현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작품의 결말이 조금 더 값져 보인다.
'나'와 딸의 유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유대의 끊어짐도 이어짐도 마찬가지다. 오해로 빚어진 보이지 않는 가위는 둘의 유대를 야금야금 잘라내고 있었고, 어느새 각자의 고뇌와 큰 사건에 힘입어 그 유대를 끊어내고 만다.
'나'가 인사 담당자로 일하며 겪었을 죄책감과 공포가 유대의 단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공적인 공간에서 이어지던 관계 자르기가 집까지 졸졸 따라온 격이랄까.
'나'는 고뇌하고 고민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인물이지만, 고민의 끝에 딸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인물이다. 그렇지만 만일 '나'가 순전히 나쁜 사람이었다면, 작품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입체적이며 인간이 지니고 있는 것들의 상당 부분은 추상적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가 지나쳤을 때 생길 수 있는 단절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신뢰와 유대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상대의 눈을 보고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과 같이 필자의 주변에도 수많은 끈들이 놓여 있다. 그것들이 붙어 있는지 떨어져 있는지 확인해 보려면, 직접 발품을 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준비운동 격으로...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도 해보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도 보아야겠다.
한국현대소설학회 역, <<2021 올해의 문제소설>>, 백수린, <흰 눈과 개>, 푸른사상,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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