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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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현, 「투 유」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4. 4. 11. 17:00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줄거리 설명이나 중대한 스포일러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다만 작품 감상 후에 보시면 좀 더 읽기 좋습니다. 비대면의 방식으로 타인을 마주하는 것이 아직은 익숙지 않다. 스스로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 성향이라고 열심히 믿어 보려 해도, 그 지점만큼은 쉽지가 않다. 대면의 관계보다 비대면의 관계에서 내면을 이해하기가 좋다고 생각해보면, 좀 더 적극적으로 SNS에서 관계를 맺어가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비대면이기에 오는 부족한 진정성은 염두에 두며 관계에 임해야 할 터다. 작품에 수록된 이야기들을 곱씹어보니, 관계라는 건 언제나 불균형한 것.이라는 것이 실감되었다. 우리는 결국 아(我)와 비아(非我)로 구분되어 있다는 신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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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귤,「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 인사를」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4. 4. 8. 17:40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줄거리 설명이나 중대한 스포일러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다만 작품 감상 후에 보시면 좀 더 읽기 좋습니다. 빙하가 녹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부터 많이 들어왔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그리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었다. LED 조명 아래 에어컨 바람을 맞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이 나의 피부에 와닿는 느낌은 아니다. 최근 유튜브 쇼츠 세상에 잠식되어 가다 우주 풍선 같은 물체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났다. 6억만 있으면 이제 고통스러운 훈련 없이도 우주(아마 성층권이나 중간권 어디쯤일 거라고 생각하며 보았다)에 가닿을 수 있다. 희소한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흥미와 욕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것이 빙하의 소멸을 가속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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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시간과 자리」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4. 3. 7. 11:30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줄거리 설명이나 중대한 스포일러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다만 작품 감상 후에 보시면 좀 더 읽기 좋습니다. 어떠한 형태의 관계이든 시작이 매끄럽기는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낯을 가리는 편인데, 하필 인류애를 가지고 관계를 확장해보자고 다짐한 날 사기를 당할 뻔하면서(다행히 심증의 단계에서 멈춰 물증의 형태로 확인하지 않을 수 있었다)... 2020년대의 관계 맺기가 얼마나 힘든지에 관하여 생각했다. 한편 수빈과 지호의 모습을 보며 깊은 관계는 처음 중간 모두 매끄럽기 힘들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하게 되었다. 긴 인연은 중간중간 마찰의 과정을 통해 더 견고해진다.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아마 매끄럽지 않음의 정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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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빵,「좀비 라떼」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4. 2. 29. 11:30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줄거리 설명이나 중대한 스포일러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다만 작품 감상 후에 보시면 좀 더 읽기 좋습니다. 좀비가 된다는 건 이성을 잃는다는 것. 또는 감각을 잃는다는 것으로 풀어서 말해볼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인간에게는 충분할 만큼의 육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둘 중 어떤 것을 잃었는지 육안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좀비 사태와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이는 커다란 맹점으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청각과 시각이 우리에게 얼마나 얕은 기준으로 작용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와는 별개로 인연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떠한 모습으로 변하였든 인연이라면 각각의 시간대에 맞는 적절한 형태로 인연을 맺는다. 그 과정에서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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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송사와 원숭이 왕」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10. 29. 11:30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 당분간 개인 사정으로 쓸 수 있는 때 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형적인 옛 중국 신화의 방식으로 쓰였으면서, 그 속에 역사적인 사건을 담아둔 점이 흥미로웠다.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그만큼 묵직한 법이다. 제천대성, 미후왕, 손오공이라 부르는 신화 속 존재는 너무 많은 매체(특히 내가 최근에 보는 웹소설들)에 등장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살짝 가볍게 느껴지기도 했는데(현대 판타지류 웹소설에 심취하면 이런 부작용이 있다), 훨씬 중후한 이야기라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한편으로 영웅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신적인 힘은, 일당백의 무력보다 소중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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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略史)」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10. 24. 11:30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 당분간 개인 사정으로 쓸 수 있는 때 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태평양 횡단 터널이라는, 미묘하게 틀어진 사건으로 말미암아 현실이 틀어지는 모습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지켜보는 게 힘들었다.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사실을 안고 있는 국가의 일원으로서 특히나 그랬다. 거대한 목적의식 아래 인간의 윤리가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기 전까지, 마치 일제를 옹호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대륙을 잇기 위해 제작된 터널이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간의 자유를 빼앗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너무도 거대한 비밀이라 제대로 털어놓을 생각조차 들지 않는, 그런 무서운 이야기였다. 우리 모두는 편리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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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모노노아와레」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10. 15. 00:49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 당분간 개인 사정으로 쓸 수 있는 때 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본과 중국이 등장하고 한국이 나오지 않아 한국인으로서 섭섭했다. 그렇지만 멸망 직전의 세계는 지난 1년 반동안의 세계를 떠올리게 했고, 그 속에선 일본도 중국도 한국도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원 헌드레드'라는 드라마가 문득 떠올랐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잔혹하고 종족의 번영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강요했다. 희생은 집단을 개인보다 소중히 여길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 느끼는데, 나는 아직 희생하기에 충분히 즐겁지 못했다고 느껴져서 죄책감이 들었다. 물론 희생이란 지킬 것이 있을 때에도 할 수 있으므로, 어쩌면 위기의 순간 우리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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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파(波)」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10. 12. 18:23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 당분간 개인 사정으로 쓸 수 있는 때 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물결은 흘러가며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크든 작든) 경로 안의 있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우주 공간에서는 시간마저 비틀어지기 때문에 이 흔적의 선후관계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버린다. 우리가 그동안 신화라고 쓰고 믿어온 것들이 실은 우리에 의해 발생한 사건들일지도 모르겠다. 고도로 진화한 인간종이(더 이상 그럼 인간이 아닌가?) 과거로 돌아가 행한 일들은 아닐까? 여러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걸 보면, 다수가 일종의 유희 거리로 각기 지역을 맡았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과정이 굉장히 자세하고 설득력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