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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시간과 자리」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4. 3. 7. 11:30728x90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줄거리 설명이나 중대한 스포일러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다만 작품 감상 후에 보시면 좀 더 읽기 좋습니다.
어떠한 형태의 관계이든 시작이 매끄럽기는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낯을 가리는 편인데, 하필 인류애를 가지고 관계를 확장해보자고 다짐한 날 사기를 당할 뻔하면서(다행히 심증의 단계에서 멈춰 물증의 형태로 확인하지 않을 수 있었다)... 2020년대의 관계 맺기가 얼마나 힘든지에 관하여 생각했다.
한편 수빈과 지호의 모습을 보며 깊은 관계는 처음 중간 모두 매끄럽기 힘들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하게 되었다. 긴 인연은 중간중간 마찰의 과정을 통해 더 견고해진다.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아마 매끄럽지 않음의 정체이지 않을까 싶다.
유감스럽게도 이와 같은 모든 과정을 거쳤더라도 관계가 이어지기 힘든 경우가 있다. (어떠한 형태의 관계든 캐치볼의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입장에서) 어느 한쪽이 상대의 팔 길이나 숙련도를 고려하지 않고 힘껏 공을 던지거나, 갑자기 모여든 관중이 훈수를 둘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판에서 빠져버리거나 할 때가 그러하다.
김화진, 「시간과 자리」, 자이언트북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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