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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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 00:38
서술자가 워낙 많아 인물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던 작품이다. 다양한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니 시간의 흐름이나 사건의 진행방향을 좀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실상 작품 내 현재에는 아무런 발언권도, 행동권도 없다. 그래서 '나'의 주변인들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구도가 반복된다. 무능하고 자신만 생각하는 남편 앤스,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는 아이들(주얼, 캐시, 달, 듀이 델, 바더만)이 겪는 여정을 목도했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작품을 읽으며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작품은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차별과 억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읍내를 지나가는 흑인들에 관한 에피소드나, 듀이 델의 고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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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한트케, 「소망 없는 불행」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 00:36
2019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의 가족을 다룬 단편 두 개가 수록되어 있다. 두 작품 모두 독일 민족에 대한 배경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소망 없는 불행: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즈음 독일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준다. 우리나라의 과거와도 닮은 부분이 있어 보인다. 작가의 성찰적인 어조 또한 인상 깊었다. 작품을 읽은 후 소망 없는 삶은 만족하는 삶과는 다르다는 것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아이 이야기: 아이에 대한 사랑, 그리고 독일 민족에 대한 속죄가 가득한 작품. 전범국의 이민자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을 노골적으로 그리고 있다. 남자는 아이를 왜 파리로 데려갔을까? 드넓은 세계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저주받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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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콘래드, 「암흑의 핵심」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1. 01:53
후반부에 가 비로소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작품 전반에 형성된 '제국주의 시기 식민지'라는 배경에 정확하게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커츠를 본격적으로 찾아가는 대목에서는 그래도 '레이더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그러니까... 2021년에 레이더스를 보는 것 정도의 감상인데, 이게 막 꼭 나쁜 건 아니다). 밀림은 미지의 영역이며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또한 미지이다. 그렇기에 매력적이고, 돈이 된다. 커츠는 돈을 좇아 미지의 영역에 들어갔으나 그 안에 매혹되어버린 존재이다. 커츠라는 인물이 '암흑의 핵심'이라는 제목에 가장 걸맞은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국주의의 타파에서 글을 이해하는 시선도 있지만, 그것은 작가의 의도에 포함되어 있던 계산은 아니다. 물론 해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