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 00:38728x90
서술자가 워낙 많아 인물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던 작품이다. 다양한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니 시간의 흐름이나 사건의 진행방향을 좀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실상 작품 내 현재에는 아무런 발언권도, 행동권도 없다. 그래서 '나'의 주변인들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구도가 반복된다. 무능하고 자신만 생각하는 남편 앤스,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는 아이들(주얼, 캐시, 달, 듀이 델, 바더만)이 겪는 여정을 목도했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작품을 읽으며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작품은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차별과 억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읍내를 지나가는 흑인들에 관한 에피소드나, 듀이 델의 고통과 그 고통을 이용하고 비난하는 사람들, 그 모든 이미지들이 작품 내에 천연하게 녹아있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
'가족'에 따뜻하고 뭉클한 무언가만 있다고 느낄 수가 없게 되는, 조금은 냉혹한 작품.
윌리엄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민음사, 2005
'깜빡의 서재 > 짧게 보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젠 이오네스코, 「대머리 여가수」 (0) 2021.07.02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0) 2021.07.02 유진 오닐, 「밤으로의 긴 여로」 (0) 2021.07.02 페터 한트케, 「소망 없는 불행」 (0) 2021.07.02 조셉 콘래드, 「암흑의 핵심」 (0) 202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