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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 00:44
두 번을 읽었고, 한 번 더 읽을 생각이다. 특유의 경치 묘사와 감정선을 중심으로 보아야 하는 작품이며, 그렇게 했을 때 빛이 난다. 눈의 고장에 등장하는 다양한 흰색 이미지들을 떠올리면 따뜻하고도 차가운, 눈에 파묻힌 노천탕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그 안으로 들어가면 불에 타는 삶과 현장을 마주할 수 있다. 흰빛에 내재한 불씨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눈의 고장은 그 모든 이미지들을 다 흰빛으로 표백해 버린다. 두 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우리도 휩쓸려 버리기 쉽다.
한편, 작품에서는 인간이 매 순간 변화하는 존재임을 상기하기도 한다. 외지인 사미무라는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바뀌어 있는 풍경을 보며 놀라지 않는다. 앞의 명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모습이다. 매 순간 볼 때마다 달라지는 인간은 격정적이기도 하고 수줍기도 하다.
흰 눈의 고장에서 목덜미가 흰, 시시각각 흔들리는 불씨같은 인간과 담소를 나누며 밤하늘을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민음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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