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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지오노, 「폴란드의 풍차」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 00:49
본격적인 사건 진행 이전에 등장한 가계도가 무척 섬뜩하고 구체적이었다. 작품은 '나'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코스트 가의 비극과, 몇 세대에 걸쳐 영지 '폴란드의 풍차'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죽음에 가장 가까운 존재들인 코스트 가의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운명이라는 건 피해 갈 수도 맞서 싸울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무력감마저 든다.
조제프 씨가 마을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는 마치 농촌 사회의 텃세를 보는 듯하다. 그런 공고해 보이는 질서를 비웃으며 고고한 모습을 보이던 조제프 씨는,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 코스트 가의 쥴리를 아내로 맞이했지만 좋은 결말을 맺지는 못한다(책 표지 그림은 쥴리의 모습을 그려낸 듯하다). 마찬가지로 사고를 피하기 위해 달아나던 코스트 일가의 가족들은 오히려 달아나던 중 마차 사고를 당한다.
관찰자의 시각으로 사건을 조망할 수밖에 없기에(코스트 가의 존재들이 죽음에 가장 가깝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인물들의 심정이나 생각이 온전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운명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굳이 그런 심경이나 생각을 파헤쳐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있다. 큰 뼈대를 이루는 이야기 외에도 당시 생활풍습 등이 녹아나 흥미로운 작품.
장 지오노, <폴란드의 풍차>, 민음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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