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
김혜진, 「목화맨션」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0. 12:21
#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책 전체를 게시해 두었습니다. 좀 더 다듬은 글을 개별 게시합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혜진,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문학동네, 2021 집값이 연일 오르고 올라 더 이상 올려다볼 수도 없을 지경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더 비장하게 읽었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고, 목화맨션도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특별하게 보였다. 최근 자취방을 구했다. 아직 정식으로 옮기지 않은 방에는 전 세입자가 신경 쓰지 않고 두고 간 하자들로 가득하다. 허심탄회하게 관리인 분께 모든 걸 한 번에 말할 수도 있지만, 직접 처리해주는 일이 없고 어색하다. 쭉 어색했으면 좋겠다. 목화맨션의 집주인과 세입자는 결국은 선을 넘지는 않았다. 그..
-
박서련,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0. 12:21
#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책 전체를 게시해 두었습니다. 좀 더 다듬은 글을 개별 게시합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서련,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문학동네, 2021 나는 게임을 잘 하지 못한다. 실은 혼자 하는 게임이 좋다. 경쟁하는 게임은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받고, 욕지거리도 들어야 한다. 어린 시절 버블파이터 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공부에 가까운 게임들을 볼 때마다 엄두가 안 난다. 담임교사에 대한 삽화는 마음이 아프다. 공정하게 맡은 바 일을 처리하는 전문직의 모습을 동경하고 싶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들은 눈 앞의 것에만 집중하며, 생각보다 더 서슴없이 혐오 표현이나 욕설을 퍼붓는다. 그런 무지성적인 욕설은 듣는 사람에..
-
서이제, 「0%를 향하여」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0. 12:20
#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책 전체를 게시해 두었습니다. 좀 더 다듬은 글을 개별 게시합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이제,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문학동네, 2021 영화에 대한 이야기나 소설은 볼 때마다 짠내가 나는데, 우리가 보는 영화에서는 왜 돈 냄새가 나는지, 항상 의문스럽다. 앞서 리뷰했던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존엄의 탄생」에서 비슷한 느낌을 볼 수 있다. 고등학교 때 일종의 특별활동으로 독립영화를 보는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라는 영화를 보았다. 도 봤다. 픽사에서 만든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들도 감상했다. 소설에 나오는 류의 작품은 하나도 못 봤다. 문학이든 영화든 예술은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 돈..
-
한정현, 「우리의 소원은 과학소년」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0. 12:17
#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책 전체를 게시해 두었습니다. 좀 더 다듬은 글을 개별 게시합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정현,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문학동네, 2021 조선시대 성소수자에 대한 흥미로운 자료라는 점에서 소설은 첫 번째 의미를 갖는다. 그렇지만 그 의미는 그 시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설은 두 번째 의미를 얻는다. 그 지점을 풀어내는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새롭지 않은데 신선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우리를 윤택하게 해 주리라 믿고 있다. 이때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이어서는 안 되고, 이를테면 '과학 인간'이어야 한다. 그런 전환이 선행되어야 비로소 과학과 기술은 우리를 평등하게 바꿀 준비를 할 수 있으리라. 그동안 무심..
-
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10. 11:20
인정받지 못한 부성애를 필두로 한, 세속의 사교계에 대한 충실한 열망과 풍습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고리오 영감은 헌신적으로 딸들을 대했지만 제대로 된 대접도 받지 못했고, 딸들 또한 남편들에게 휘어잡혀 살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지 못했다. 당시 프랑스 사교계에서는 결혼관계가 있더라도 그것은 사업상의 파트너십 같은 느낌인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정부 혹은 내연관계의 상대방을 지니고 있기 일쑤였는데, 바로 여기서 라스티냐크가 끼어들게 된다. 신분 상승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그 형태만 달랐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라스티냐끄 또한 집에 큰돈을 요구하며 사교계에 입성하고자 했고, 실은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다만 고리오 영감의 뒷감당을 하며 라스티냐크는 사교계의 더러운 ..
-
후안 룰포, 「뻬드로 빠라모」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9. 10:37
멕시코의 사후세계 하면 ‘코코’가 대표적으로 떠오른다. 「뻬드로 빠라모」는 나의 그런 배경지식을 깨부수는 작품이었다. 가족적이지 않은 분위기의 찐 멕시코를 본 느낌이랄까. 솔직히 뻬드로 빠라모라는 인물은 선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라의 정서와 시기를 고려하더라도 그렇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방향이 진정으로 여인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특유의 줄거리를 무시하는 대목들과 각종 시점 변화가 그 원동력인데, 한국의 정서상 이런 작품은 학교 수업에서는 낙제점을 줄 만하다. 그렇지만 그 모호함이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다. 유령의 도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뻬드로 빠라모의 죽음과 연관이 있으며, 동시에 ‘나’와 연관..
-
아모스 오즈, 「나의 미카엘」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8. 11:59
생각보다 읽어 내려가기가 힘든 작품이었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워낙 긴 시간을 압축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압축된 시간들이 전부 생소하다는 점(아랍 문화권의 작품인지 솔직히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이 제일 그랬다. 그렇지만 결국 다 읽어보았을 때, '세상 사는 건 어디나 비슷하구나' 하고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었다. 미카엘과 한나의 만남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다(길거리에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하다니!). 주변에서 만류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누군가와 결혼한다는 건... 정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보지 않는 이상 상대의 모든 걸 알고 할 순 없는 게 아닐까도 싶었다. 남녀의 젠더가 반대로 묘사되어 있으면서도, 결국 성역할에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작품이 쓰이던 시기의 예루살렘이..
-
노발리스, 「푸른 꽃」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7. 11:49
감탄할 만한 가독성을 보유한 책이다. 아마 낭만주의의 특성상 이면에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겉보기 의미가 읽기 쉬웠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뒷부분 평론을 보니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었구나 싶었다. 그래도 표면의 이야기의 흐름만 알아도, 작품의 의도를 절반은 간파했다고 믿는다. 시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노발리스의 의견들 중 매우 만족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음악가와 화가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부분이 그러하다. 작품은 '푸른 꽃'이라는 환상적인 오브제를 바탕으로 전개되는데, 그 속에는 사랑도, 여정도, 종교도 모두 들어 있다. 노발리스가 2부를 쓰다 말았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2부의 느낌은 조금 더 무겁고 밀도 있는 것이었어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지만, 노발리스가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