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김숨, 「철(鐵)의 사랑」
    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20:15
    728x90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붕 떠 있는 듯한 풍경 묘사가, 지옥을 연상케 하는 조선소 내부 풍경과 어울려 굉장히 묘한 분위기를 그려낸다. 조선소, 그리고 그 안의 작업환경에 대해 떠올린 적이 없던 터라 주의 깊게, 뚫어져라 읽었다.

     

    최 씨는 실은 시골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일 수 있다. 하지만 자신 외의 것에 신경 쓸 수 없는 조선소에서 최 씨는 마치 악랄한 살인자와 같이 그려진다. 최 씨를 비난하는 작업자들조차 외면, 내면 할 것 없이점점 최 씨처럼 문드러져 간다.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은 커다란 배에 대해 꽤나 많이 기억할 것이다. 그것을 만들어낸 조선소의 존재를 연상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요즈음 다시 조선업 분야에서 활력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좀 더 적을 것이고, 조선소에서 배가 건조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해 볼 사람은 그보다 더 적을 것이다. 조선소 안의 사람들에 대해 떠올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조선소 안보다 훨씬 사정이 나을 군대에서, 필자는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소리를 질렀다.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싸움도 했다. 정신과 몸을 중압감이 사정없이 내리눌렀다.

     

    삶에 찌들고 지쳐 있고 짜증을 쉽게 내고 무뚝뚝하며 화가 많은 사람이 있다. 우리 모두 처음에는 좋은 사람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삶이, 세상이, 누군가에게 짜증과 무뚝뚝함과 어딘가 부족한 외형을 후천적으로 투척한다. 그것은 마치 운철을 덮는 수많은 코팅 금속처럼 사람을 덮어 버린다. 

     

    내가 하루살이 노동자라면, 난 분명 아무 생각도 못하고 그저 일할 것이다. 쫓겨나지 않기 위해 일할 것이다. 안전 요원이 안전 수칙보다 근무 역량에 신경 쓰는 모습 따위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사방에 도사린 위협을 개선하고 싶다는 마음은 들 수가 없다. 당장 내일이라도 길바닥에 나앉을지 모르는 세상 속에서 심장이 터져버리거나 마음이 터져버릴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이런 삶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현대소설학회 역, <<2021 올해의 문제소설>>, 김숨, <철(鐵)의 사랑>, 푸른사상, 2021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