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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사백 미터 마라톤」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400m까지만 달릴 수 있는 '녀석', 그리고 한 번도 제대로 달려보지 못한 '나'에게 마라톤의 42.195km는 너무 허황된 숫자다. 그래서 오히려 두 사람이 달려볼 마음을 품은 것 같다. 우리는 언제나 심리적인 한계를 마주하며 살아간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나 불안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작품을 통해 얼핏 느꼈다. 그럴 때 지나칠 정도로 먼 거리를 상상하면,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다. 42.195km는 아무래도 녀석보단 '나'에게 더 큰 의미를 가져올 것 같다. 시작은 언제나 어렵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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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펭귄뉴스」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전쟁 하면 박진감 넘치고 생사의 고비를 넘기는 긴박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작품을 읽으며 그런 비슷한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단순히 따분하고 재미없게만 흘러가지 않는 것은, 잘 짜인 서사와 갈등 덕분이 아닐까 싶다. 작품 속 인물들은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물 흘러가듯 자연스레 가장 큰 적이 된다. '나'와 찬기의 일상에 전쟁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가, 어느새 일상 그 자체가 된다. 그 흐름이 흥미롭기 때문에,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고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 이야기 흐름 자체가, 비트를 되찾아가는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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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뫼비우스의 띠」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00:00
# 난쏘공이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인 거 알고 계셨나요!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 작품의 줄거리나 지면 일부를 싣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대한,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감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뫼비우스의 띠 속은 갇혀버린 세계다. 그 속에는 썩은 물만 흐른다. 만일 그 안에 사람이 들어 있었다면, 분명 더러워졌을 것이다. 작품 속 상황은 굳이 비유하자면 구정물이 돌고 있는 뫼비우스 띠다. 이 더러움은 외향의 더러움과는 정반대라는 점에서, 쉽게 파악할 수 없다. 돈은 한정적이기에 누군가는 살면서 다 못 쓸 돈을 가지고 있으며 누군가는 생존비도 없다. 작품 속 세계는 그 정도가 심하고 썩었으며 그것은 우리가 딛고 있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앉은뱅이와 곱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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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칼날」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8. 31. 23:57
# 난쏘공이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인 거 알고 계셨나요!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 작품의 줄거리나 지면 일부를 싣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대한,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감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불의를 해치우는 일에는 모든 것을 불사를 수 있는 용기와 그에 걸맞은 힘이 필요하다. 신애와 현우는 보다 안락한 삶을 포기하였지만, 용기와 힘을 모두 지녔다. 그것이 그들에게 유흥적인 삶을 가져다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소확행 하나 정도는 물어다 주었음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애와 현우처럼 왜소하지 않은 난장이도 이 사회에는 더러 있다. 신체적으로 왜소한 난장이가 좀 더 강인하지만, 그 강인함은 생존의 필수요건이라는 점에서... 논외로 치부하고 싶다.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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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우주 여행」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8. 31. 23:53
# 난쏘공이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인 거 알고 계셨나요!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 작품의 줄거리나 지면 일부를 싣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대한,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감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때로 삶은 너무 힘겹다. 해결할 수 없어 보이는 문제로 고민하고 머리를 싸맬수록, 그런 기분은 더 빈번하다. 윤호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깨달았고, 그것과 정반대인 주변을 보며 힘겨워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하게. 정체되어 있기에도 부적절하고, 변화할 자신도 없이 힘겨울 때, 우리는 삶을 끝내야겠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난장이도 지섭도 살아간다. 인규도 윤호 아버지도 은희도 살아간다. 작품은 살아가는 것을 멈추라 말하지 않는다. 머리를 싸매고 고통받는 그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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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8. 31. 23:49
# 난쏘공이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인 거 알고 계셨나요!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 작품의 줄거리나 지면 일부를 싣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대한,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감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설령 전 인류가 데이터로 변한다 해도 세상에는 한 대의 슈퍼 컴퓨터가 남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물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거대함, 멋짐, 추함, 아름다움을 둘러보아야 한다. 이 작품은 그런 돌아보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3세대 전에 전쟁이 있었다. 5세대 전에는 신분제가 있었다. 이것만 보면 사회는 급변하는 중이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큰 사건이나 기존 제도의 잔향이 많이 남아 있다. 사회의 발전이란 선발주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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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육교 위에서」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8. 31. 23:44
# 난쏘공이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인 거 알고 계셨나요!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 작품의 줄거리나 지면 일부를 싣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대한,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감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칼날」에 등장하는 신애가 다시 나와 반가웠다. 이 작품은 신애의 동생, 그리고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깨달았을 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그 어둠 자체가 아니다. 정말로 견디기 어려운 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 드리워져 있는 깜깜한 그림자를 마주할 때다. 우리 모두 묻히고 있는 한 티끌의 먼지를 보았을 때다. 정오의 태양처럼 하늘이 온 마음으로 내리쬐면, 그림자는 땅 밑으로 숨어버릴 것이며 먼지는 타버릴 것이다. 이 현상은 몇 사람이 시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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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궤도 회전」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8. 31. 23:39
# 난쏘공이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인 거 알고 계셨나요!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 작품의 줄거리나 지면 일부를 싣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대한,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감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주 여행」에서 처음 등장한 윤호의 후일담(?)이다. 유복한 지난날을 지나 온 필자에게는 할 수 있는 말이 크게 없는 작품이었다. 우리가 지금껏 얻은 기회나 재화가 누군가의 박탈을 발판 삼은 것이라면 반성하고 더 나아가 속죄해야 한다. 내가 직접 하지 않은 일이라면? 지금껏 쌓아 올린 건물 중에 부실공사의 흔적이 있음을 인정하고, 다음 층부터 좀 더 신경 쓰면 된다. 외면하고 달라지지 않거나 겁이 나서 멈추는 것 모두, 보기 좋지 않다. 윤호와 경애는 제각기 다른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