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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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멍청한 유비쿼터스」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인간이다. 따라서 인간이 사용하는 기술은 인간적이다. 유비쿼터스가 실현된다면 매 순간 인간과 연결되어 있는 셈이기 때문에, 그것은 제일 인간적인 기술이다. 해커가 단순히 코딩을 이용해 허점을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는 설정은 사실 영화에서 종종 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처럼 해커를 인간과 밀착시켜 놓은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실제 현실에서도, 이제 네트워크와 인간은 너무 착 달라붙어버렸다. 온갖 곳에 기술이 적용되어 우리가 전에 꿈꾸었던 미래 도시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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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회색 괴물」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사랑니가 없더라도 정상적으로 씹을 수 있으며, 타자기가 없더라도 글을 적고 출력하는 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이를테면 사랑니와 타자기는, 진화 과정에서 도태된 존재들이다. '나'의 직업 센서러는 타자기라는 뒤안길의 존재를 컴퓨터에 적용한다. 마치 사랑니를 어금니로 바꿀 수 있다는 작중 치과와 유사하다. '나'는 복고를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사랑니를 뽑고, 타자기를 사 모은다. 그것을 낭비라고 여기더라도, '나'는 멈출 수 없다. 시대가 지나며 도태되는 존재들이 분명 있다. 그러나 그것이 쓰레기에 불과하다면 우리의 사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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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바나나 주식회사」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쓰레기로 이루어진 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러니 쓰레기로 만들어진 호수 또한, 어딘가에는 있을 법하다. 이미 하천이며 계곡이며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한가득이다. 바나나 주식회사 창설자는 인간 주위의 것을 배제하면 인간 자체가 다회용이 된다 생각한 모양이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차라리 우리에게 남은 일회용품을 모두 버리고 전부 다회용으로 대체해 보자. 도구의 도움을 받으면서, 동시에 일회용인 삶을 자각하고 신중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건물에는 이렇다할 분리수거 시설이 없다. 잡다한 재활용품들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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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사백 미터 마라톤」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400m까지만 달릴 수 있는 '녀석', 그리고 한 번도 제대로 달려보지 못한 '나'에게 마라톤의 42.195km는 너무 허황된 숫자다. 그래서 오히려 두 사람이 달려볼 마음을 품은 것 같다. 우리는 언제나 심리적인 한계를 마주하며 살아간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나 불안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작품을 통해 얼핏 느꼈다. 그럴 때 지나칠 정도로 먼 거리를 상상하면,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다. 42.195km는 아무래도 녀석보단 '나'에게 더 큰 의미를 가져올 것 같다. 시작은 언제나 어렵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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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펭귄뉴스」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전쟁 하면 박진감 넘치고 생사의 고비를 넘기는 긴박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작품을 읽으며 그런 비슷한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단순히 따분하고 재미없게만 흘러가지 않는 것은, 잘 짜인 서사와 갈등 덕분이 아닐까 싶다. 작품 속 인물들은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물 흘러가듯 자연스레 가장 큰 적이 된다. '나'와 찬기의 일상에 전쟁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가, 어느새 일상 그 자체가 된다. 그 흐름이 흥미롭기 때문에,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고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 이야기 흐름 자체가, 비트를 되찾아가는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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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뫼비우스의 띠」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00:00
# 난쏘공이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인 거 알고 계셨나요!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 작품의 줄거리나 지면 일부를 싣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대한,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감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뫼비우스의 띠 속은 갇혀버린 세계다. 그 속에는 썩은 물만 흐른다. 만일 그 안에 사람이 들어 있었다면, 분명 더러워졌을 것이다. 작품 속 상황은 굳이 비유하자면 구정물이 돌고 있는 뫼비우스 띠다. 이 더러움은 외향의 더러움과는 정반대라는 점에서, 쉽게 파악할 수 없다. 돈은 한정적이기에 누군가는 살면서 다 못 쓸 돈을 가지고 있으며 누군가는 생존비도 없다. 작품 속 세계는 그 정도가 심하고 썩었으며 그것은 우리가 딛고 있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앉은뱅이와 곱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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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칼날」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8. 31. 23:57
# 난쏘공이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인 거 알고 계셨나요!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 작품의 줄거리나 지면 일부를 싣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대한,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감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불의를 해치우는 일에는 모든 것을 불사를 수 있는 용기와 그에 걸맞은 힘이 필요하다. 신애와 현우는 보다 안락한 삶을 포기하였지만, 용기와 힘을 모두 지녔다. 그것이 그들에게 유흥적인 삶을 가져다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소확행 하나 정도는 물어다 주었음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애와 현우처럼 왜소하지 않은 난장이도 이 사회에는 더러 있다. 신체적으로 왜소한 난장이가 좀 더 강인하지만, 그 강인함은 생존의 필수요건이라는 점에서... 논외로 치부하고 싶다.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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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우주 여행」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8. 31. 23:53
# 난쏘공이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인 거 알고 계셨나요!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 작품의 줄거리나 지면 일부를 싣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대한,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감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때로 삶은 너무 힘겹다. 해결할 수 없어 보이는 문제로 고민하고 머리를 싸맬수록, 그런 기분은 더 빈번하다. 윤호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깨달았고, 그것과 정반대인 주변을 보며 힘겨워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하게. 정체되어 있기에도 부적절하고, 변화할 자신도 없이 힘겨울 때, 우리는 삶을 끝내야겠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난장이도 지섭도 살아간다. 인규도 윤호 아버지도 은희도 살아간다. 작품은 살아가는 것을 멈추라 말하지 않는다. 머리를 싸매고 고통받는 그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