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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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연수」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8. 11. 16:18
# 전체 작품에 대한 감상을 '책을 읽고'에 게시해 두었습니다. #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작품은 우연과 선택이 겹쳐 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감상문에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2년 만에 꺼내 든 장롱 면허와 함께 짧게 차를 몰면서, 그 짧은 순간에도 경적을 울리고 차창 밖의 나를 스윽 확인하고 사라진 차가 있었다. 솔직히 겁이 났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바쁘고, 더 친절하지 않다. 초보운전이라는 것을 정말 힘내서 알려도 시선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다. 사실 작품은 연수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작품은 주연의 첫 번째 실패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무수한 실패의 예고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것은 주연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의한 실패라고만 볼 수는 없고, 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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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원, 「우리(畜舍)의 환대」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8. 11. 16:18
# 전체 작품에 대한 감상을 '책을 읽고'에 게시해 두었습니다. #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작품은 우연과 선택이 겹쳐 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감상문에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찾아본 제목의 괄호에는 '축사'라는 한자가 적혀 있었다. 조금 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읽기 시작했다. '재현과 아내', 즉 영재의 부모는 그들의 홈그라운드에서 벗어났다. 그렇기에 그들이 보는 풍경이 그들에게 이상하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간이 바뀌었을 뿐인데 모든 게 뒤집히다니. 그럼 우리가 그동안 옳다고 생각해서 은근히 권유하고 강요하던 것들은? 그건 그저 우리의 우리(畜舍)였을까? 내가 사는 세상이 소중한 만큼, 내 주위의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도 소중하다. 이 말을 안다고 생각하면서 때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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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외,「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8. 11. 16:18
# 개별 작품에 대한 감상은 '짧게 보는' 카테고리에 추가해 두었습니다. 이 글에는 좀 더 긴 감상들을 담았습니다. 총평 새로운 10년의 문단 : 샐러드 볼 강화길 외,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20. # New Decade (새로운 10년) 2020 제 11회 젊은작가상은 약간의 탈이 있었다. 발행 직후 불거졌던 '사적 대화 인용' 문제가 그것이었는데, 위 책은 해당 작품을 삭제하여 재발행된 것이다. 작가가 수상을 물리고 7개였던 수상작품이 6개로 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2020년대의 출발에 있어 상징적인 사건이었다고도 느낀다. 2020년의 문단은 한층 더 날카롭고, 그렇지만 따뜻하다. 다루는 스펙트럼도 매우 넓어졌는데, 김초엽 작가님 같은 경우 SF 영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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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 「아메리칸」: 유럽의 텃세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8. 9. 10:30
# 이 글에서는 시범적으로 감상 포인트 몇 가지를 볼드체로 보여 드리고, 그 아래 생각을 정리하는 보다 체계적인 방식을 적용해 봅니다. 혹시 이전 글에 비해 더 나은 점이나 모자란 점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반영하겠습니다. 총평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충돌, 두 척도의 대립 헨리 제임스, 「아메리칸」, 민음사, 2005 # 더딘 서사 진행(?) 분량이 상당히 길어 애를 먹은 작품이다. 중반까지 이야기 진행이 더디다고 여겨 생각보다 잘 읽히지 않은 점이 큰 탓이다. 그러나 그것은 후반부 이야기 흐름을 모르고 내린 경솔하고 이른 결정이었음을 다 읽고 나서 깨달았다. 아무래도 익숙지 않은 사교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보니(간접 경험을 통해 몇 번 접했지만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풍경이다), 서사의 진행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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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외,「놀이터는 24시」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8. 3. 17:24
# 개별 작품에 대한 짧은 감상은, 블로그 내 '짧게 읽는' 게시글에 작품별로 보다 간단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총평 놀이란 쳇바퀴에서 잠시 내리는 것 김초엽 외, 「놀이터는 24시」 , 자이언트북스, 2021 북펀드를 텀블벅이 아닌 알라딘에서 하는 것은 처음 보았고, 쟁쟁한 작가님들이 참여한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펀딩에 참여했다. 책을 받은 지는 좀 되었는데 읽을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책 맨 뒤에 펀딩 참여자 명단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책을 방치했다. 여담이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는 입장에서 닉네임으로 펀딩에 참여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싶다.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이 많은 책이었다. 다 읽고 보니 같은 주제에서 파생된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다채롭다. 그렇지만 여전히 작품을 모두 읽고 나서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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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글로벌리의 봄」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8. 3. 17:22
# '책을 읽고'에 책 전체에 대한 게시글을 올려 두었습니다. 창조의 권능은 전지전능한 존재에게만 부여된 고유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우리가 디지털 세계에서 행하려 하는 일들은 ‘창조’라는 단어에 가장 부합할 것이다. 가상현실 속, 혹은 기계 속의, 어쩌면 생명공학의 정수로 만들어진 인공 신체 속의 인공 존재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해받지 못한 소수의 것들은 항상 여러 기준에 따라 재단되고, 구분되곤 했다. 그로 인해 차별이나 혐오가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며 그것이 잘못임을 우리는 뒤늦게 깨닫곤 한다. 인공 존재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웨스트월드’라는 미드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나의 행복은 남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추구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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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수요 곡선의 수호자」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8. 3. 17:22
# '책을 읽고'에 책 전체에 대한 게시글을 올려 두었습니다. 작품과 같이 미래가 흘러간다면, 앞으로 인간이 설 자리는 정말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일뿐 아니라 여가까지 로봇이 대신 향유한다면, 그리고 점점 복잡해지는 관계들 속에서 계속 새로운 로봇들을 만들어 낸다면, 결국 로봇들만의 사회가 만들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 참신한 소재의 이야기였지만, 감각이나 깨달음에 대한 설명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두 번 정도 읽었는데도 그랬다. 자아가 성장하는 과정이나, 어떠한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을 고작 몇 줄의 이야기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어쩌면 인간은 일을 무척 하고 싶어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세상이 편해지더라도 스스로의 손길이 한 번은 닿아야 안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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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우리가 가는 곳」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8. 3. 17:22
# '책을 읽고'에 책 전체에 대한 게시글을 올려 두었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놀이를 할 수 있는가? 작품은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실종 대행업체를 운영하며 '나'는 다양한 삶들이 놀이터로 떠날 수 있게 조치해주었으리라. 내가 억눌리고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난다면, 그곳 자체가 놀이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여자와 '나'가 떠나는 길은 왁자지껄하고, 새롭고, 흥미롭고, 인정 넘친다. 별 것 아닌 일에 박수 치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아무 곳도 아닐 수 있는 곳에서 그렇게 즐거울 수 있는 건, 역시 그곳 또한 놀이터가 되었기 때문이다. 작품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교훈을 주는 수수께끼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그 속에 든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