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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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영, 「남쪽에서」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19:34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매번 영화업계를 다룬 작품을 읽을 때마다 생각해본다. 예술을 다루는 직종은 어디나 고달프고, 영화업계는 거기에서 한 층 더 나아갔다고. 성공은 많은 것들을 무마해준다. 그러니까, 실패는 그 밖의 모든 것들을 부정한다는 말이다. '나'는 스스로의 세계를 부정된 세계로 느껴 왔을 것이다. 영화라는 매체가 특히나 대중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가질 수 있는 특징이라 느낀다. '나'는 부정된 세계에서 벗어날 궁리를 하지 못하고, 그것은 '나'뿐 아니라 손 감독을 포함한 모두에게 일어나게 되는 일이다. 조식이 무척이나 먹고 싶어 졌고, 아쿠아리움을 다녀온 기억이 떠올랐고 무엇보다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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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유진」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19:32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책의 마지막 작품까지 감상을 마쳤습니다. 그동안 저의 부족한 글을 찾아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선 작가님이 서술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꼭 밝히고 싶다. 각주가 중간중간 흐름을 다잡아주는 느낌이라 좋았고, 그 각주 안에 참고문헌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게(!) 좋았다. 애매한 마음들이 있다. '나'는 실은 '유진 언니'가 보고 싶었던 걸 텐데, 동시에 통화 버튼까지는 누를 힘이 없었던 것일 테다. '나'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딘가 부드러우면서도 대체로 고통스럽다.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아니 알아차리면서도 겉보기 가치(외모, 학력, 돈)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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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9. 13. 10:47
# 작품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을 병렬적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키워드만 읽고 가셔도 좋습니다! # 처음으로 예약 주문이라는 것을 해보았습니다. 초판 1쇄들이 점차 제 책장을 채우고 있는데, 마음이 든든하면서도 조금 벅찹니다. 과연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 그래요! 총평 잊힌 것들. 평범해진 것들. 비범했던 것들.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자이언트북스, 2021 # 이런 분들께 추천, 안 추천 SF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 그것도 강력히 추천이다. 식물과 관련된 학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아포칼립스와 유사한 장르에 질린 분들께는 안 추천. 장편소설에 익숙지 않더라도, 의외로 괜찮게 읽힌다. # 참고문헌 책의 맨 끝에는 단행본들로 이루어진 참고문헌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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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교육의 반성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9. 6. 11:30
#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인 체험이 물씬 담긴 작품입니다. 작품과 헤세를 떼어놓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글에서는 최대한 작품 내의 정보만을 바탕으로 작품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총평 생각보다 어두운 시선 그것들이 던져주는 나아져야겠다는 다짐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2001 # 이런 분께 추천, 안 추천 혹시 희망찬 결말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책은 추천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시선을 좋아하지 않는 분에게도 추천하지 않는다. 강한 강도의 정신 노동이나 육체 노동을 해 본 분들이라면 작품을 읽고 분명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사회를 비판해 보는 작품들을 찾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강력 추천한다. 주입식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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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펭귄 뉴스」: 허구의 리얼리티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9. 3. 02:29
# '짧게 보는' 카테고리에 담아 두었던 글들을 모았습니다. 기존에 작성했던 글은, 보다 짧게 다듬어 게시합니다. # 부록 형태로, 작품 속 음악을 간략한 감상과 함께 소개해 봅니다. 유튜브 링크를 통해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총평 작은 상상에서 시작한 허구와 보다 진짜 같은 세계 거기에 더해진 약간의 2000년대 감성(?) 김중혁, 「펭귄뉴스」, 문학과지성사, 2006 김중혁 작가님을 처음 만나게 된 책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교양 수업에서 처음 수록작을 하나 접했고, 해당 수업에서 여러 작품을 만났지만 책 구매까지 이어진 건 이 녀석이 유일합니다. 그만큼 수록작을 읽으며 감탄했고, 이후 김중혁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설은 허구의 산물입니다. 다만 그 허구는 우리의 일부를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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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무용지물 박물관」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작품을 읽고, 디자인이 무언가를 그리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머릿속에 무언가를 그려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 디자인을 잘 한다는 것은 잘 그린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메이비는 박수받을만한 디자이너이다. 메이비의 말은 그림처럼 정교하고 잘 그려지곤 한다. 안테나 라디오로 대표되는 '나'의 디자인은 그닥이다. 잃어버리기 쉬울 것 같고, 액정이 작아 불편할 것 같다. '나'가 메이비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감명을 받았다면, 그 속에는 반성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개나리, 병아리, 병아리콩, 책 표지, 그리고 비틀즈의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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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발명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눈에 보이는 발명은 구체적인 형태와 소리, 빛 따위를 품은 발명이며, 이 모두를 품지 않은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발명이 된다. 이눅 씨의 발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해서 이눅 씨가 발명가가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 이눅씨의 설계도만으로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이눅씨의 진정한 발명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시공간을 동결해서, 찬찬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고민해본 결과 이눅씨는 세계 멸망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이 멸망하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모두 새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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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는 중심도 될 수 있고, 끝도 될 수 있고, 왼쪽도 될 수 있고, 오른쪽도 될 수 있다. 작품은 이렇게 자리에 무의식적으로 부여하는 의미에 질문한다. 과연 그것은 원래부터 존재하던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면, 자리의 의미는 도대체가 뭘까? 지구는 둥글다. 지표면은 끝과 끝이 이어져 있다. 즉 시작도 끝도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공간이다. 에스키모는 지도를 손으로 느끼며, 이 간단한 진리를 오래전에 터득했을 것이다. 결국 좌표 자체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부여한 우리의 생각과 의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