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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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모노노아와레」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10. 15. 00:49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 당분간 개인 사정으로 쓸 수 있는 때 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본과 중국이 등장하고 한국이 나오지 않아 한국인으로서 섭섭했다. 그렇지만 멸망 직전의 세계는 지난 1년 반동안의 세계를 떠올리게 했고, 그 속에선 일본도 중국도 한국도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원 헌드레드'라는 드라마가 문득 떠올랐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잔혹하고 종족의 번영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강요했다. 희생은 집단을 개인보다 소중히 여길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 느끼는데, 나는 아직 희생하기에 충분히 즐겁지 못했다고 느껴져서 죄책감이 들었다. 물론 희생이란 지킬 것이 있을 때에도 할 수 있으므로, 어쩌면 위기의 순간 우리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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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파(波)」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10. 12. 18:23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 당분간 개인 사정으로 쓸 수 있는 때 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물결은 흘러가며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크든 작든) 경로 안의 있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우주 공간에서는 시간마저 비틀어지기 때문에 이 흔적의 선후관계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버린다. 우리가 그동안 신화라고 쓰고 믿어온 것들이 실은 우리에 의해 발생한 사건들일지도 모르겠다. 고도로 진화한 인간종이(더 이상 그럼 인간이 아닌가?) 과거로 돌아가 행한 일들은 아닐까? 여러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걸 보면, 다수가 일종의 유희 거리로 각기 지역을 맡았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과정이 굉장히 자세하고 설득력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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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의미의 기다림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10. 11. 23:02
# 오랜만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가져왔습니다. 저의 감상을 병렬적으로 작게 작게 적어 보았습니다. #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혹시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공감 부탁드립니다! 총평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일어날 일들 아니, 이미 일어나고 있을 일들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2005 # 이런 분께 추천, 안 추천 연극 대본을 읽기보다 실제 연극 공연 보기를 선호한다면 이 책은 읽을 이유가 없다. 물론 실제 공연과 다른 맛이 있으니, 추천은 드리고 싶다. 의미 없는 말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부조리극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은 그 개념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노벨 문학상을 좋아하는 여러분이라면, 이미 이 작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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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상급 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10. 9. 22:00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 백신 2차 맞고 하루 지났습니다. 온몸이 쑤신 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ㅎㅎ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한다. 그것이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면, 적어도 1/70억의 확률이나마 우리는 재회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가 개입하면, 우리가 할 일은 하나뿐이다. 작디작은 확률마저 암흑 속으로 침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인간은 망각한다. 잊지 않았다면 우리의 뇌는 장기기억 단백질들로 차곡차곡 채워져서, 부풀어 오르다 터졌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머리가 터지는 대신 소중한 기억들을 고르는 법을 익혔다. 작품은 재회할 수도 망각할 수도 없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두 단어는 서로 만날 수 없다. 만남이 끝나면, 기억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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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레귤러」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10. 8. 11:30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여담으로 시작해보고 싶다. 'regular'라는 영단어가 '보통의' '균형 잡힌' '단골손님'처럼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의미들을 함께 품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다양한 의미들을 잡아 내어 작품 속에 녹여낸 작가님께도 감탄했다. '보통'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우리가 현실에서 직면한 '보통'과 이상적인 세계에서 바라는 '보통'은 분명 다를 것이다.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완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므로. 안전을 위해 잠금장치를 늘려야 하는 현실과, 안전을 위해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모습은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다만 감정을 통제하는 레귤레이터의 존재만큼은 독특했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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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시뮬라크럼」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10. 7. 11:30
# 의미 있는 감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인간은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그리고 홀로그램으로 점점 가둘 수 있는 순간의 범위를 늘려 왔다. 만일 특정 시공간의 인격을 통째로 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시뮬라크럼의 존재는 더 이상 사진과 동일한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마지막 장면이 특히 강렬했다. 악마의 편집을 거친 영상을 진실이라고 보기 힘든 것처럼, 엘리가 마지막으로 남긴 시뮬라크럼도 엘리를 온전히 담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반대다. 시뮬라크라에 집착한다는 건, 시뮬라크럼이 반영하는 좁은 시공간 속에 스스로를 욱여넣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변화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직면하기 어려운 힘든 일이 지나고 기록에 의존하던 때가 있었다. 빛나고 찬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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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10. 6. 11:30
# 의미 있는 감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근래 읽은 작품 중 가장 SF처럼 느껴졌다. 우주는 언제나 미지를 품고 있으며, 따라서 우주를 논한다는 건 그 자체로 일종의 공상이다. 넓디넓은 우주 속 지성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다. 그렇다면 이들을 '지적 생물종'이라고 묶어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영원해지려는 의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떠한 지성도 영원히 원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공상 속의 공상에서라면 가능할지도). 그러나 지성은 집단을 통해 기록의 힘을 빌려 영원한 척할 수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지성은 이어지며, 어찌 보면 그것이 지성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책 만들기'에 비유한 작품의 흐름이 마음에 들었다. 결국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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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파자점술사」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10. 5. 11:30
# 의미 있는 감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대만의 2.28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기 때문에, 작품을 읽으며 의아한 부분이 많았다. 부록에 링크를 걸어 둔 내용을 추가로 읽고 나서 다시 읽어 보니, 한층 느낌이 새로웠다. 파자점술이라는 단어 또한 생소했는데, 언어를 분석해서 점을 친다는 발상이나, 그 기법을 이용하여 서술된 이야기에 모두 매료되었다. 언어가 지닌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자'는 격언이 마음에 와닿는다. 지나치게 명랑한 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지나치게 타당한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맞는 말인데, 우리는 지금껏 이 격언을 지나치게 자주 어겼다. 개인은 저지르지 않는 끔찍한 일들을 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