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켄 리우, 「상급 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10. 9. 22:00728x90
# 의미 있는 감상을 전달하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 백신 2차 맞고 하루 지났습니다. 온몸이 쑤신 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ㅎㅎ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한다. 그것이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면, 적어도 1/70억의 확률이나마 우리는 재회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가 개입하면, 우리가 할 일은 하나뿐이다. 작디작은 확률마저 암흑 속으로 침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인간은 망각한다. 잊지 않았다면 우리의 뇌는 장기기억 단백질들로 차곡차곡 채워져서, 부풀어 오르다 터졌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머리가 터지는 대신 소중한 기억들을 고르는 법을 익혔다.
작품은 재회할 수도 망각할 수도 없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두 단어는 서로 만날 수 없다. 만남이 끝나면, 기억이 시작된다. 둘 다 가치 있는 일이니, 어느 쪽이 낫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순 없겠다.
아 참, 이 단편집에 그림이 하나라도 나온다고 기대했다면,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상급 독자는 글만 보고도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법이니까.
켄 리우, 장성주 옮김, 「상급 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 황금가지, 2018.
반응형'깜빡의 서재 > 짧게 보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켄 리우, 「모노노아와레」 (0) 2021.10.15 켄 리우, 「파(波)」 (0) 2021.10.12 켄 리우, 「레귤러」 (0) 2021.10.08 켄 리우, 「시뮬라크럼」 (0) 2021.10.07 켄 리우,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 (2) 202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