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의 서재
-
히가시노 게이고,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도라에몽 수사물(?!)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7. 12. 10:42
# 출판사(rhk코리아)에 정식으로 요청하여, 서면으로 리뷰 및 발췌를 허락받았습니다. 다만 광고가 아닌, 순수 개인 감상임을 밝힙니다. # 작품 속 추리나 인물에 도라에몽이 오마주마냥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부록에 일본판 도라에몽 인물 이름을 한글 버전으로 소개해 두었습니다! p.378 "사실은 좋은 동네인데. 이름도 없는 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와본 적 없는 작고 평범한 마을인데." 총평 매력적이지만 곤란한 새 캐릭터, 코로나의 영향을 담뿍 받은 내용, 흥미로운 전개. 히가시노 게이고,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알에이치코리아, 2021 사실 읽는 내내 코로나19가 진득하게 떠나지를 않았다. 소설 속 세계에서도, 현실의 냉혹함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 무척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런 냉..
-
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10. 11:20
인정받지 못한 부성애를 필두로 한, 세속의 사교계에 대한 충실한 열망과 풍습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고리오 영감은 헌신적으로 딸들을 대했지만 제대로 된 대접도 받지 못했고, 딸들 또한 남편들에게 휘어잡혀 살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지 못했다. 당시 프랑스 사교계에서는 결혼관계가 있더라도 그것은 사업상의 파트너십 같은 느낌인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정부 혹은 내연관계의 상대방을 지니고 있기 일쑤였는데, 바로 여기서 라스티냐크가 끼어들게 된다. 신분 상승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그 형태만 달랐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라스티냐끄 또한 집에 큰돈을 요구하며 사교계에 입성하고자 했고, 실은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다만 고리오 영감의 뒷감당을 하며 라스티냐크는 사교계의 더러운 ..
-
후안 룰포, 「뻬드로 빠라모」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9. 10:37
멕시코의 사후세계 하면 ‘코코’가 대표적으로 떠오른다. 「뻬드로 빠라모」는 나의 그런 배경지식을 깨부수는 작품이었다. 가족적이지 않은 분위기의 찐 멕시코를 본 느낌이랄까. 솔직히 뻬드로 빠라모라는 인물은 선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라의 정서와 시기를 고려하더라도 그렇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방향이 진정으로 여인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특유의 줄거리를 무시하는 대목들과 각종 시점 변화가 그 원동력인데, 한국의 정서상 이런 작품은 학교 수업에서는 낙제점을 줄 만하다. 그렇지만 그 모호함이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다. 유령의 도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뻬드로 빠라모의 죽음과 연관이 있으며, 동시에 ‘나’와 연관..
-
아모스 오즈, 「나의 미카엘」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8. 11:59
생각보다 읽어 내려가기가 힘든 작품이었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워낙 긴 시간을 압축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압축된 시간들이 전부 생소하다는 점(아랍 문화권의 작품인지 솔직히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이 제일 그랬다. 그렇지만 결국 다 읽어보았을 때, '세상 사는 건 어디나 비슷하구나' 하고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었다. 미카엘과 한나의 만남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다(길거리에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하다니!). 주변에서 만류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누군가와 결혼한다는 건... 정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보지 않는 이상 상대의 모든 걸 알고 할 순 없는 게 아닐까도 싶었다. 남녀의 젠더가 반대로 묘사되어 있으면서도, 결국 성역할에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작품이 쓰이던 시기의 예루살렘이..
-
노발리스, 「푸른 꽃」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7. 11:49
감탄할 만한 가독성을 보유한 책이다. 아마 낭만주의의 특성상 이면에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겉보기 의미가 읽기 쉬웠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뒷부분 평론을 보니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었구나 싶었다. 그래도 표면의 이야기의 흐름만 알아도, 작품의 의도를 절반은 간파했다고 믿는다. 시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노발리스의 의견들 중 매우 만족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음악가와 화가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부분이 그러하다. 작품은 '푸른 꽃'이라는 환상적인 오브제를 바탕으로 전개되는데, 그 속에는 사랑도, 여정도, 종교도 모두 들어 있다. 노발리스가 2부를 쓰다 말았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2부의 느낌은 조금 더 무겁고 밀도 있는 것이었어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지만, 노발리스가 살아..
-
황정은 외,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7. 6. 02:34
총평 수상작은 말할 것도 없고 수상작이 아닌 작품들도 나름대로 읽을 맛이 있는. 황정은 외,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은행나무, 2019 수상 후보작들에도 익숙한 작가님들이 눈에 띈다. 이미 후보작 중에도 훌륭한 작품이 많지만, 아무래도 황정은 작가님의 '웃는 남자'를 넘어서지는 못한 모양이다. 이미 「디디의 우산」을 통해 작품을 보았던 전적이 있지만, 혹시라도 다르지는 않을까 싶어 구매했었다. 실상 다르지 않았지만, 흥미롭게 보았던 작품을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좋았다. 수상작뿐 아니라 수상 후보작까지 모두, 감상을 담아 보고자 한다. 황정은, 웃는 남자 (수상작) 장편 소설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짜임새 있고 방대한 이야기다. 시간, 공간 모두 그렇다. 황정은 작가님의 작품..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5. 15:47
두 번 정도 다시 읽었지만, 여전히 파악해야 할 수수께끼가 가득한 책이다. 곱씹어 볼수록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다만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제목과 내용 전부가 걸맞는다는 느낌은 사실, 이제는 잘 들지 않는다. 홀든 콜필드는 조숙한 사고방식을 지닌 것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찬찬히 사건들을 돌이켜 보면, 실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마지막 ‘정신과 전문의’와의 독대를 바탕으로 콜필드의 상태가 이상하다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필자의 시선에서 본 홀든은 그 나이대의 조금 특이한 아이가 가질 만한 생각들을 품고 있으니. 세상은 불합리하고 괴로운 곳이라 피비같은 존재를 지켜내는 파수꾼이 필요하다. 콜필드는 본인이 그 역할을 자처하고자 한다. 하지만 콜필드에게도 세상은 잔혹하다. 그가 파수꾼일지, 아니면 뛰어..
-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4. 11:25
작품은 원치 않는 아이를 대면한 정상 가족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 같다. 부모 폴과 해리엇이 처음에 꿈꾸었던 정상적이고 북적거리는 가족의 풍경을 책의 말미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며, 이는 대부분 '다섯째 아이' 벤에 의한 것이다. 폴에 대해 측은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다섯째 아이에 관심을 빼앗긴 넷째 아이는 점점 의존적으로, 또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이에 더해,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가 어떻게 망가져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벤을 보며 서글펐다. 그렇지만 온정적인 시각으로 보기에 '벤'은 워낙 엄청난(?) 아이다. 마치 사회의 안전까지 저해할 것만 같은 벤의 행동을 보면, 어디까지가 정상성의 범주인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자연'이라는 단어가 무섭게 느껴진다면, 그건 그것을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