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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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콘래드, 「암흑의 핵심」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1. 01:53
후반부에 가 비로소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작품 전반에 형성된 '제국주의 시기 식민지'라는 배경에 정확하게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커츠를 본격적으로 찾아가는 대목에서는 그래도 '레이더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그러니까... 2021년에 레이더스를 보는 것 정도의 감상인데, 이게 막 꼭 나쁜 건 아니다). 밀림은 미지의 영역이며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또한 미지이다. 그렇기에 매력적이고, 돈이 된다. 커츠는 돈을 좇아 미지의 영역에 들어갔으나 그 안에 매혹되어버린 존재이다. 커츠라는 인물이 '암흑의 핵심'이라는 제목에 가장 걸맞은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국주의의 타파에서 글을 이해하는 시선도 있지만, 그것은 작가의 의도에 포함되어 있던 계산은 아니다. 물론 해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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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책: 개인적으로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앨범 [박별, REFRESH #1 BY PARK BYUL]깜빡의 서재/책과 음악 2021. 6. 29. 00:02
이 글은 직접적인 책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책과 같이 곁들이기 좋은 음악 앨범을 소개하고, 어떤 책과 어울리는지도 간단히 소개합니다. 모든 감상은 개인적인 것이므로, 독자분들과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간략한 앨범 소개 앨범명: REFRESH #1 BY PARK BYUL 아티스트: 박별(of 랄라스윗) 발행일: 2017.01.16 2015년 즈음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 방송을 통해 들은 '사라지는 계절'이라는 곡을 들은 이후, 듀오 그룹 랄라스윗의 팬이 되었다. 열성적으로 모든 활동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공연에도 제법 많이 갔고 앨범도 거의 다 있다(절판된 녀석들은 구하지 못했다...). 열심히 노래를 듣던 중 키보드를 맡은 박별 님이 편곡한 곡들을 모은 앨범이 있어 구매하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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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니엘 호손, 「나사니엘 호손 단편선」: 식민지 미국 엿보기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6. 28. 12:46
총평 과거 미국의 감각을 담담하게 느낄 수 있는 단편 모음 나사니엘 호손, 「나사니엘 호손 단편집」, 민음사, 2005 「나사니엘 호손 단편집」은 과거 유럽의 식민지로 불리던 시절의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기저에 깔려 있는 청교도 문화와 당시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한다면, 참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필자는 그렇지는 못했읍읍). 단편집이라고 해서 마냥 가벼운 작품들만 있는 것은 아닌 것도 특징이다. 분량이 전체적으로 짧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실제로 분량이 길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속에 압축된 이야기가 상당히 밀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단편에는 거의 한 사람의 일생이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나의 친척, 몰리네 소령 같은 상황이었다면 몰래 카메라라도 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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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동물이 사람 말 하는 소리야!: 이솝「이솝 우화집」, 안국선 「금수회의록」깜빡의 서재/함께 읽기 2021. 6. 25. 10:41
여담1. 본격적인 서술에 앞서,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은 저자 사망 70년 경과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중간중간 책 인용이나 핵심적인 줄거리 등이 등장할 수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여담2. '금수'의 의미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가끔 검색하시던 기억이 있습니다. '금수회의록'은 풀어서 설명하면 '동물들이 회의하는 이야기' 정도가 되겠습니다. 따라서 '금수 = 동물'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참고로 여기서 동물이란 움직이는 생물체를 모두 이르는 말입니다). 인간의 전유물로만 여겨 왔던 말과 생각을 동물이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려는 걸까? 주제별로 엮어 읽기, 두 번째 시간으로 이솝의 「이솝 우화집」, 그리고 안국선의 신소설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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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 「런던 스케치」: 먼 런던, 가까운 런던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6. 21. 18:20
총평 런던의 골목길을 그리고 공원 내부를 속속들이 산책하는 기분. 도리스 레싱, 「런던 스케치」, 민음사, 2005 도리스 레싱은 세계문학전집을 정독하며 처음 접했다. 「다섯째 아이」가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기억이 새록새록이다.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작품에 등장하는 일련의 사건은 원치 않는 아이를 대면한 정상 가족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같다. 부모 폴과... blog.naver.com 개인적으로 「런던 스케치」에 생각보다 뭉클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만큼 섬뜩한 이야기들도 잔뜩이지만. 하나하나 감상을 말하기에 앞서,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써내는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런던 여행을 가본 적도 없는데, 런던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기분마저 든다. 여행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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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외,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6. 18. 23:02
총평 어떠한 위기에서도 우리는 다시 일어날 겁니다. 김초엽 외,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문학과 지성사, 2020 사실 구매한 지 조금 지난 책이다. 읽고 싶은데 읽지 못한 책들이 너무도 많은데, 이미 집에 쌓여 있는 것들을 간과한 탓이다. 그렇지만 SF, 그리고 팬데믹을 놓칠 수는 없었다. 미루고 미뤄오다, 2021년 백신이 본격적으로 열일해주는 이때,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감정으로 글을 읽고 싶어 얼른 책을 펼쳐 들었다. 날카롭기도, 따듯하기도 한 단편 6개는 제각기 다른 빛으로 독자를 맞는다. 팬데믹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책 한 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은 날것의 기분을 미리 짧게 정리해 두었었다. 그 감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해서 선보이고자 한다. Apocalyps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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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코 빠지는(?) 이야기들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6. 14. 22:23
총평 황당하지만 그만큼 통찰력 있는 이야기 모음. 고골,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민음사, 2005 러시아의 문학은 기본적으로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아직 많이 접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지점이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환상적이라기보다 당황스럽기까지 한 이야기들이 어디로 튀는지 지켜보고 있으면 시간이 말 그대로 순삭(!)된다. 코 정성 들여 쓴 미친 소리와도 같은 작품이다. 아마 작가도 이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지 않을까. 코에 대해 여러 가설을 세워 보았다. 첫째로 코는 주인공 꼬발료프의 내면의 욕망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그 욕망을 대신하여 충실히 실현해 주는 매개체이다. 그게 아니라면, 코는 '자신감'일지도 모른다. 육체의 결함이 가져오는 자신감의 상실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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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을 응원합니다!》 조재윤 외,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 - 그럼에도 불구하고」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6. 14. 18:44
텀블벅 프로젝트에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이라는 것이 올라왔다. 큰 고민 없이 후원했고, 후원 목록에 이름이 담겨 있는 뜻깊은 책을 받을 수 있었다. 언젠가는 스스로의 수상 내역이 담긴 책도 받아보고 싶다. 읽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는데, 이런저런 일을 벌이느라 지친 시간들 중 안정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어 더 좋았다. ※ 여담: 이렇게 리뷰할 줄 알았으면 '깜빡이'나 '블링크'로 올려놓고 자랑이라도 하는 건데... 통탄스럽습니다... 총평 네 곳의 동네서점에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특별한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잘익은언어들, , 조재윤 외, 2021. 전주의 동네책방들이 협업하여 만들게 된 책이라고 한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대회가 그 규모를 키워 책으로까지 완성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며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