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게 무슨 동물이 사람 말 하는 소리야!: 이솝「이솝 우화집」, 안국선 「금수회의록」
    깜빡의 서재/함께 읽기 2021. 6. 25. 10:41
    728x90
    반응형

    여담1. 본격적인 서술에 앞서,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은 저자 사망 70년 경과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중간중간 책 인용이나 핵심적인 줄거리 등이 등장할 수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여담2. '금수'의 의미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가끔 검색하시던 기억이 있습니다. '금수회의록'은 풀어서 설명하면 '동물들이 회의하는 이야기' 정도가 되겠습니다. 따라서 '금수 = 동물'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참고로 여기서 동물이란 움직이는 생물체를 모두 이르는 말입니다).

    이솝, 「이솝 우화집」, 민음사, 2005 / 안국선, 「금수회의록」, 1908 (표지 상상도. 연단에 선 것은 트리케라톱스가 아니다.)

     

    인간의 전유물로만 여겨 왔던 말과 생각을 동물이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려는 걸까? 주제별로 엮어 읽기, 두 번째 시간으로 이솝의 「이솝 우화집」, 그리고 안국선의 신소설 「금수회의록」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솝 우화집」 같은 경우에는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교활한 여우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금수회의록」 같은 경우에는 학교에서 들어는 보았을 수 있지만, 실제로 읽어 본 독자 분들은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필자 또한 전공 수업에서조차 원문을 읽지는 않았다(나중에 궁금한 마음에 한 번 읽어 보았던 기억이 있다).

     

    두 작품을 최근 다시 접하면서, 은근히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만큼 차이점도 방대하다. 「이솝 우화집」같은 경우에는 아쉽게도 번역물의 저작권 문제로 원문을 제공하거나 줄거리를 자세히 소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최대한 충실하게, 두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공통점


    1. 형식의 유사함: 우화(寓話) 형식, 에피소드 형식

    결정적으로 두 작품을 묶을 수 있는 이유는 우선 '우화(寓話)'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솝 우화집」과 「금수회의록」 모두 비교적 짧은 이야기들이 에피소드처럼 제공되고 있다. 「금수회의록」의 경우 하나의 큰 이야기 흐름은 있지만, 각각의 동물들이 회의장에 나와 전혀 별개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때문에, 이를 에피소드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결국 두 이야기는 그 형식이 무척 비슷하다.


    2. 내용의 유사함: 담고자 했던 이야기

    앞서 '우화(寓話)'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부터 이미 눈치채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우화'라고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문학』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 ≪이솝 이야기≫ 따위가 여기에 속한다. ≒우언.  (표준국어대사전, "우화 5")

     

    그러니까 「이솝 우화집」과 「금수회의록」 모두 어떠한 풍자나 교훈을 나타내기 위해 사람이 아닌 것의 입을 빌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이솝 우화집」은 글의 내내 풍자와 교훈으로 가득하다(어린 시절 우리가 이 책을 읽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금수회의록」은 굳이 따지자면 풍자에 가깝겠지만, 이야기 진행을 보면 인간의 악한 면을 깨닫게 해 주려는 교훈적인 의도 또한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3. 인간의 존재

    두 이야기에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전혀 등장하지 않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이솝 우화집」의 경우에도 '농부'나 '목동'처럼 인간 또한 등장하며, 이들은 동물이나 식물과 상호작용하지만 후반부에는 인간만 나오는 에피소드도 있다. 「금수회의록」의 경우 아래의 대목을 통해 '나'라는 인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여기서 인간 '나'는 어쩌다 떠밀려 동물(금수)들의 회의에 참석하게 되고, 거기에서 얻은 이야기들을 통해 교훈을 얻게 된다.

     슬프다! 여러 짐승의 연설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여 보니, 세상에 불쌍한 것이 사람이로다.
    내가 어찌하여 사람으로 태어나서 이런 욕을 보는고!

    4. 신에 대한 언급

    「이솝 우화집」의 후반부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로 대표되는 올림푸스의 12 주신에 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이 이야기 모음에 다다르면 동식물보다 신적인 존재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보이는 이야기('희망만이 남다')나, 헤르메스 신의 이야기('싸구려')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금수회의록」은 중간중간 예수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반성의 메시지를 담은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당초에 천지개벽할 때에 하느님이 에덴동산을 준비하사 각색 초목과 각색 짐승을 그 안에 두고 사람을 만들어 거기서 살게 하시니, 그 사람의 이름은 아담이라 하고 그 아내는 하와라 하였는데, 
    - 「금수회의록」, 제4석 구밀복검(口蜜腹劒) 중
    예수 씨의 말씀을 들으니 하느님이 아직도 사람을 사랑하신다 하니, 사람들이 악한 일을 많이 하였을지라도 회개하면 구원 얻는 길이 있다 하였으니, 이 세상에 있는 여러 형제자매는 깊이깊이 생각하시오.
    - 「금수회의록」, 폐회(閉會) 중

     

    물론 두 이야기의 발표 시기나 문화권의 차이로 인해 혼동할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두 이야기를 보며 '비슷하다'는 생각은 충분히 할 법하다. 이것은 앞서 말했듯 두 이야기가 모두 우화(寓話형식을 기본적으로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형식에서 파생된 두 이야기는 그렇지만 위의 공통점만큼이나 차이점도 많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차이점


    1. 동물의 특징을 이용하는 방식

    필자가 느끼기에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각각의 동물에 대해 다루는 시각이다. 「이솝 우화집」은 동물을 의인화하면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그 동물의 특징(선입견...?)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여우는 교활하고, 양은 약하며, 사자는 강하다(이리는 어중간해서 맨날 당한다). 뒤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이로 인해 독자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교훈이 다양하더라도 명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금수회의록」은 이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이솝 우화집」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동물(금수)들이 개최한  회의에서 각 동물들은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바로 자신들의 특징, 아니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다. 단적으로 여우는 이렇게 하소연하고 있다. 

     

    사람들이 옛적부터 우리 여우를 가리켜 말하기를, 요망한 것이라 간사한 것이라 하여
    저희들 중에도 요망하든지 간사한 자를 보면 여우 같은 사람이라 하니,
    우리가 그 더럽고 괴악한 이름을 듣고 있으나 우리는 참 요망하고 간사한 것이 아니요,
    정말 요망하고 간사한 것은 사람이오. 

     

    「금수회의록」에서는 인간들이 매겨 놓은 자신들의 특징이, 오히려 자신들보다 인간에게 더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던진다. 이것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2. 교훈의 양(?)

    「이솝 우화집」에서 얻게 되는 교훈은 동물의 특징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다. 또 다양한 동물을 차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수의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어린 시절에 이 책을 (미화된 버전으로) 한 번 정도 읽게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에 반해 「금수회의록」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이다. '인간이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인데, 이를 위해 다양한 동물들이 열변을(?) 토하고 있다. 또한 기존에 우리가 생각해 왔던, 「이솝 우화집」으로 대표되는 동물의 특성을 이용해 오히려 인간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 작품의 분량은 짧지만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때문이리라.


     

    3. 인간을 보는 시각과 그에 따른 메시지

    아무래도 두 작품은 초점의 방향 또한 다르게 느껴진다. 「이솝 우화집」에서 동물은 그저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작품에서는 인간이 나쁘다고 주장하기보다는, 다양한 인간이 존재하며 그들 사이에서 살아갈 방법을 논하고 있다. 따라서 보다 실용적이다.

     

    「금수회의록」은 미묘하게 이야기 내내 초점을 '동물'에게 가져간다.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내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따라서 「금수회의록」은 풍자를 주된 과업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인간 존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고 있다.


     

    4. 소제목(?)

    앞서 두 작품 모두 에피소드의 형식을 띠고 있다고 하였다. 이로 인해 두 작품에는 다양한 소제목이 있다. 그런데 그 제목을 다는 방법 또한 사뭇 다르다(사실 「이솝 우화집」의 경우 후대에 제목을 단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은 책을 기준으로 한다).  우선 「이솝 우화집」은 일반적인 소제목들을 차용했다. 그중 '죽은 이는 말이 없다'나 '신 포도' 같은 이야기들은 그 소제목만으로 알아보기가 쉽다.

     

    「금수회의록」의 제목은 일반적이지 않다. 각 동물들을 나타내는 한자성어를 소제목으로 삼았다. 자세한 내역은 다음과 같다. 그 자체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無腸公子(창자가 없는 동물인 게를 이르는 사자성어)나 營營之極(이리저리 정성을 다해 돌아다니는 모습으로 파리의 분주한 모습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추정)처럼 별 뜻이 없는 것도 있다. 苛政猛於虎(혹독한 정치 관련)처럼 동물보다 인간을 겨냥한 한자성어 또한 있다. 자세한 풀이는 부록을 참고.

    제1석, 반포의 효(反哺之孝 : 까마귀)
    제2석, 호가호위(狐假虎威 : 여우)
    제3석, 정와어해(井蛙語海 : 개구리)
    제4석, 구밀복검(口蜜腹劒 : 벌)
    제5석, 무장공자(無腸公子 : 게)
    제6석, 영영지극(營營之極 : 파리) 
    제7석,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호랑이)
    제8석, 쌍거쌍래(雙去雙來 : 원앙)

     

    결론

    「이솝 우화집」과 「금수회의록」은 둘 다 우화의 요소를 차용해 교훈을 전달하고자 했고, 인간이나 종교적인 존재 또한 함께 이용하여 이야기를 구성했다. 그렇지만 두 작품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동물의 특성의 이용법과 소제목의 형태처럼 세부적인 모습이 모두 다르다. 

     

    두 작품은 2000년은 족히 넘을 세월의 간극을 뚫고 오늘날 텍스트로 함께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의 방향을 도와주는 것이 위의 두 작품과 같은 우화일 것이다. 작품을 읽으며 성찰하고, 조금 더 나아진 미래를 바라보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저 교활함의 대명사였던 여우가 근대에 이르러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걸 보면, 뭔가 달라지고 있긴 한가보다.


    부록(여담3.)

    혹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금수회의록」의 소제목 한자성어 뜻을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반포지효(反哺之孝 : 까마귀)

    「명사」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孝)라는 뜻으로, 자식이 자란 후에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효성을 이르는 말. ("반포지효", 표준국어대사전))

     

    ▷ 호가호위(狐假虎威 : 여우)

    「명사」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 ≪전국책≫의 <초책(楚策)>에 나오는 말로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호가호위", 표준국어대사전)

     

    ▷ 정와어해(井蛙語海 : 개구리)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에 대해 논할 수 없다는 뜻으로, 본인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을 말하지 못함을 이른다고 추정.

     

    ▷ 구밀복검(口蜜腹劒 : 벌)

    「명사」 입에는 꿀이 있고 배 속에는 칼이 있다는 뜻으로, 말로는 친한 듯하나 속으로는 해칠 생각이 있음을 이르는 말.("구밀복검", 표준국어대사전)

     

    ▷ 무장공자(無腸公子 : 게)

    「명사」 「1」 창자가 없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게’를 이르는 말. ("무장공자", 표준국어대사전)

     

    ▷ 영영지극(營營之極 : 파리)

    이리저리 정성을 다해 돌아다니는 모습으로, 파리의 분주한 모습을 나타내는 속담으로 추정

     

    ▷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호랑이)

    「명사」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뜻으로, 혹독한 정치의 폐가 큼을 이르는 말. ≪예기≫의 <단궁편(檀弓篇)>에 나오는 말이다. ("가정맹어호", 표준국어대사전)

     

    ▷ 쌍거쌍래(雙去雙來 : 원앙)

    「명사」 쌍쌍이 오고 감. ("쌍거쌍래", 표준국어대사전)

     

    아 참,  「금수회의록」은 여기서 읽으시면 됩니다.

     

    금수회의록 - 위키문헌, 우리 모두의 도서관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서언(序言)[편집] 머리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니 일월과 성신이 천추의 빛을 잃지 아니하고, 눈을 떠서 땅을 굽어보니 강해와 산악이 만고의 형상을 변치 아니

    ko.wikisource.org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