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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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19:44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필자는 블로그를 통해 배려니 화해니 용기니 하는 아름다운 단어들을 열심히 써왔다. 지면이 아닌 실제 세계에 그 단어들을 가져오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고민과 행동을 해야 할지, 작품을 읽으며 계속 곱씹어봤다. '나'는 작품 속 서사에서 멀어져 있다 생각하면서도 자꾸 그곳에 끌려 들어간다. 그런 점에서 실은 '나' 또한 하나인 세계의 일부였던 것이다. 어찌어찌 빠져나갈 수 있다고 느끼지만 자꾸 끌려 들어간다. '나'는 고민하면서도 세계의 논리에 어긋나게 행동할 수 없다. 애매모호한 자세로 기존 세계에 편승하는 '나'의 모습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데, 막상 스스로가 '나'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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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펀펀 페스티벌」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19:36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고, 그게 이찬휘 때문인지 펀펀 페스티벌 때문인지 명확하게 알 수가 없었고 실은 모든 것이 불편한 것이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개인적으로 펀펀 페스티벌과 유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상상할 때마다 구역질이 난다. '사회생활'이라는 단어가 무엇이며 언젠가는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 해서 그게 좋다는 건 절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작품을 통해 성인이 되어 만난 사회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습이, 어떤 언어로 표현될 수 있었을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스레 확인했다. 솔직히 말해 펀펀 페스티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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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영, 「남쪽에서」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19:34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매번 영화업계를 다룬 작품을 읽을 때마다 생각해본다. 예술을 다루는 직종은 어디나 고달프고, 영화업계는 거기에서 한 층 더 나아갔다고. 성공은 많은 것들을 무마해준다. 그러니까, 실패는 그 밖의 모든 것들을 부정한다는 말이다. '나'는 스스로의 세계를 부정된 세계로 느껴 왔을 것이다. 영화라는 매체가 특히나 대중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가질 수 있는 특징이라 느낀다. '나'는 부정된 세계에서 벗어날 궁리를 하지 못하고, 그것은 '나'뿐 아니라 손 감독을 포함한 모두에게 일어나게 되는 일이다. 조식이 무척이나 먹고 싶어 졌고, 아쿠아리움을 다녀온 기억이 떠올랐고 무엇보다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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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유진」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6. 19:32
#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최대한 전달력 있는 감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책의 마지막 작품까지 감상을 마쳤습니다. 그동안 저의 부족한 글을 찾아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선 작가님이 서술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꼭 밝히고 싶다. 각주가 중간중간 흐름을 다잡아주는 느낌이라 좋았고, 그 각주 안에 참고문헌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게(!) 좋았다. 애매한 마음들이 있다. '나'는 실은 '유진 언니'가 보고 싶었던 걸 텐데, 동시에 통화 버튼까지는 누를 힘이 없었던 것일 테다. '나'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딘가 부드러우면서도 대체로 고통스럽다.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아니 알아차리면서도 겉보기 가치(외모, 학력, 돈)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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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무용지물 박물관」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작품을 읽고, 디자인이 무언가를 그리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머릿속에 무언가를 그려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 디자인을 잘 한다는 것은 잘 그린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메이비는 박수받을만한 디자이너이다. 메이비의 말은 그림처럼 정교하고 잘 그려지곤 한다. 안테나 라디오로 대표되는 '나'의 디자인은 그닥이다. 잃어버리기 쉬울 것 같고, 액정이 작아 불편할 것 같다. '나'가 메이비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감명을 받았다면, 그 속에는 반성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개나리, 병아리, 병아리콩, 책 표지, 그리고 비틀즈의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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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발명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눈에 보이는 발명은 구체적인 형태와 소리, 빛 따위를 품은 발명이며, 이 모두를 품지 않은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발명이 된다. 이눅 씨의 발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해서 이눅 씨가 발명가가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 이눅씨의 설계도만으로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이눅씨의 진정한 발명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시공간을 동결해서, 찬찬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고민해본 결과 이눅씨는 세계 멸망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이 멸망하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모두 새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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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는 중심도 될 수 있고, 끝도 될 수 있고, 왼쪽도 될 수 있고, 오른쪽도 될 수 있다. 작품은 이렇게 자리에 무의식적으로 부여하는 의미에 질문한다. 과연 그것은 원래부터 존재하던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면, 자리의 의미는 도대체가 뭘까? 지구는 둥글다. 지표면은 끝과 끝이 이어져 있다. 즉 시작도 끝도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공간이다. 에스키모는 지도를 손으로 느끼며, 이 간단한 진리를 오래전에 터득했을 것이다. 결국 좌표 자체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부여한 우리의 생각과 의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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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멍청한 유비쿼터스」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9. 1. 23:57
# 개인적으로 팬인, 김중혁 작가님의 「펭귄뉴스」 수록작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글은 '책을 읽고' 카테고리에 게시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인간이다. 따라서 인간이 사용하는 기술은 인간적이다. 유비쿼터스가 실현된다면 매 순간 인간과 연결되어 있는 셈이기 때문에, 그것은 제일 인간적인 기술이다. 해커가 단순히 코딩을 이용해 허점을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는 설정은 사실 영화에서 종종 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처럼 해커를 인간과 밀착시켜 놓은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실제 현실에서도, 이제 네트워크와 인간은 너무 착 달라붙어버렸다. 온갖 곳에 기술이 적용되어 우리가 전에 꿈꾸었던 미래 도시에 가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