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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4. 11:25
작품은 원치 않는 아이를 대면한 정상 가족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 같다. 부모 폴과 해리엇이 처음에 꿈꾸었던 정상적이고 북적거리는 가족의 풍경을 책의 말미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며, 이는 대부분 '다섯째 아이' 벤에 의한 것이다. 폴에 대해 측은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다섯째 아이에 관심을 빼앗긴 넷째 아이는 점점 의존적으로, 또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이에 더해,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가 어떻게 망가져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벤을 보며 서글펐다. 그렇지만 온정적인 시각으로 보기에 '벤'은 워낙 엄청난(?) 아이다. 마치 사회의 안전까지 저해할 것만 같은 벤의 행동을 보면, 어디까지가 정상성의 범주인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자연'이라는 단어가 무섭게 느껴진다면, 그건 그것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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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저작권(3): 카피레프트(copyleft)를 찾아서 [feat. 저작권 걱정 없는 사이트]일상, 깜빡임/보다 본격적인 글 2021. 7. 4. 01:16
블로그와 저작권 콘텐츠를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제 블로그를 운영함에 있어 내실을 다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아직 저 또한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글을 쓰면서 추가로 알게 된 점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놓친 부분들이 있다면, 댓글 통해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카피레프트? 카피라이트(copyright)는 저작권입니다. 그렇다면 카피레프트(copyleft)는 무엇일까요? 저작권법이 물론 저작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순기능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모든 저작물이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카피레프트(copyleft)입니다. 저작권(copyright) 카피레프트(copyl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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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싱젠, 「버스 정류장」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3. 14:00
세 개의 희곡이 수록되어 있다. 각기 다른 매력이 있어, 현대에 읽어도 충분히 재밌다. 개인적으로 희곡을 읽어 본 기억이 크게 없는데, 현대적인 감각의 희곡은 텍스트로 보아도 매력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 버스 정류장: '기다림'을 주제로 하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사건이 '고도를 기다리며'와도 유사하다. 독특한 형식과 내용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인물들의 정서가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라 웃으며 지켜봤다. ▶ 독백: 군더더기 없는 시나리오. 배우에 대해 메타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연극의 '제4의 벽'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녹아 있는 점이 흥미롭다. ▶ 야인: 인간성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게 해 준 작품. 가독성 측면에서는 세 희곡 중 가장 떨어졌지만,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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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달, 「얼음연못」 [드라마 '궁' ost]깜빡의 취미/피아노를 칩니다. 그런데 2% 부족한... 2021. 7. 2. 11:45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영상을 준비하며 얻은 특별한 경험에 대해 소개할까 합니다. 밑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이 곡을 처음 접한 이후로, 즐겨 듣고 또 연주해 왔습니다. 개인정보 문제가 있어 당연히 공개는 하지 못하지만, 위의 유튜브 영상 업로드를 승인받는 과정에서 저작자이신 박진우 님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습니다. 곡에 대한 공유를 반겨 주시고, 또 흔쾌히 업로드를 허락해주시는 모습에 한 번 감사했고, 친절하신 매너에 다시 한 번! 감탄했습니다. 앞으로도 저작권을 존중하며 글/영상을 업로드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굳게 하게 되었습니다. (저작권법상, 제가 허락을 받았다고 이 글을 보시는 다른 분들이 간접적으로 허락을 받으신 건 아닙니다. 명심해 주세요) ‘궁’이라는 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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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그리예, 「질투」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 00:52
시종일관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는 작품. 솔직히 작가의 심오한 맛을 아직은 이해하지 못한 기분이 든다. 반복적인 이미지 덕분에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너무도 명확하지만, 그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파악하는 데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품은 '질투'라는 감정을 가장 은연중에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식민지 플랜테이션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치밀하게, 초 단위로 나누어 집착하는 작품의 시선에 질려버릴 것 같았다. '나의 취향'을 콕 집어 말한다면, 취향에 걸맞은 작품은 전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는 마치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를 처음 접한 사람이나,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아무 사전 지식 없이 접해버린 사람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추상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또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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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지오노, 「폴란드의 풍차」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 00:49
본격적인 사건 진행 이전에 등장한 가계도가 무척 섬뜩하고 구체적이었다. 작품은 '나'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코스트 가의 비극과, 몇 세대에 걸쳐 영지 '폴란드의 풍차'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죽음에 가장 가까운 존재들인 코스트 가의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운명이라는 건 피해 갈 수도 맞서 싸울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무력감마저 든다. 조제프 씨가 마을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는 마치 농촌 사회의 텃세를 보는 듯하다. 그런 공고해 보이는 질서를 비웃으며 고고한 모습을 보이던 조제프 씨는,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 코스트 가의 쥴리를 아내로 맞이했지만 좋은 결말을 맺지는 못한다(책 표지 그림은 쥴리의 모습을 그려낸 듯하다). 마찬가지로 사고를 피하기 위해 달아나던 코스트 일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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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이오네스코, 「대머리 여가수」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 00:46
세 편의 현대 희곡이 담겨 있다. 앞서 리뷰에서도 밝혔지만, 희곡 작품을 보고 있으면 공연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 녀석의 경우에는... 혜화역 공원 쪽에서 간혹 하는 현대극 그 자체다. 대머리 여가수: 박진감 넘치는 황당함, 그리고 실리에 맞지 않는 말이 핵심. 대머리 여가수는 누군지, 마틴 부부는 그래서 도대체 누구인지, 타국의 언어유희를 모두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아 아쉬웠지만 읽는 내내 즐거웠다. 수업: 언어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히 싸이코의 범죄행각만으로 작품을 바라보기 어려운 기분이다. 특히 다른 나라 말을 하더라도 그 나라 사람은 그 나라의 방식대로 이해할 것이라는 논리가 마음에 들었다. 의자: 스스로의 고정관념에 대해 알게 해준 작품. 변사를 지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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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2. 00:44
두 번을 읽었고, 한 번 더 읽을 생각이다. 특유의 경치 묘사와 감정선을 중심으로 보아야 하는 작품이며, 그렇게 했을 때 빛이 난다. 눈의 고장에 등장하는 다양한 흰색 이미지들을 떠올리면 따뜻하고도 차가운, 눈에 파묻힌 노천탕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그 안으로 들어가면 불에 타는 삶과 현장을 마주할 수 있다. 흰빛에 내재한 불씨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눈의 고장은 그 모든 이미지들을 다 흰빛으로 표백해 버린다. 두 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우리도 휩쓸려 버리기 쉽다. 한편, 작품에서는 인간이 매 순간 변화하는 존재임을 상기하기도 한다. 외지인 사미무라는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바뀌어 있는 풍경을 보며 놀라지 않는다. 앞의 명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모습이다. 매 순간 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