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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랐던 게 아니라, 귀찮았던 것 같습니다. 죄송하게도.
    일상, 깜빡임/보다 일상적인 글 2021. 7. 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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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근래 2주는 저에게 상당히 밀도 깊은 시기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저작권법을 다시 공부해 보았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통해 계속해서 저작자 분들께 연락을 시도하고 있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정식으로 책 문구를 인용하며 독후 활동을 진행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하던 알바나 인강도 병행하려니 쉽지 않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건 쉽습니다. 굳이 브랜딩을 하지 않더라도, 영상을 올리고 싶다면 올릴 수 있습니다. 용량에 따라 10분이면 됩니다. 하지만 영상 하나를 올리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은 그것보다 정말 많이 깁니다. 영상을 찍는 데 드는 시간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만일 제대로 영상을 입맛대로 내보이고 싶은 분들은 편집을 할 것이고, 어쩌면 저와 같이 저작권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저작인격권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저작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 영상의 경우, 타인이 저의 곡을 연주한다고 하였을 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영상 게시를 막을 수 있습니다. 보통 그런 권리는 사후에 저작자 분께서 발견하면 집행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영상을 올리기는 싫었고, 그래서 저작물의 유튜브 게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저작자 분들께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정중한 문자를 보내는 일도, 그것을 기다리는 일도 생각보다 더디고 귀찮았습니다. 그렇지만 흔쾌히 영상을 보고 답을 남겨 주시는 저작자 분들이나 대행 소속사 직원분들을 마주할 때마다 힘이 납니다(최근에는 저의 사정을 듣고 도와주시려던 관계자 분도 있는데, 뭔가 일이 커지는 것 같아 한 발 빼 두었습니다. RADWIMPS의 'Date'는, 개인 자격으로 영상 게시를 요청하는 것이 최초라고 하더라구요. 괜히 겁나서 물러섰습니다).

     

    어떤 날에는 유튜브에 떠돌아 다니는 수많은 영상들을 보며 '몇 개나 허락을 받았을까'하는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간혹 올리지 못하게 되는 곡이 있으면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해 보기도 했습니다. 뭐, 메일 보내는 게 익숙해지니 이제는 조금 덜하긴 한 것 같아요. 그래도 아쉽다는 생각은 가끔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위의 감정들을 느끼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당연히 누군가 오랜 시간을 거쳐, 노력을 들여 만들어 낸 자산을 이용하는 것인데 그 정도 허락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기존에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속마음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영상을 하나하나 공들여 게시하면서, 또 그 안에 장황한 설명을 집어넣으면서 정말 반성 많이 했습니다.

     

    제가 처음 글을 시작할 때 최근 2주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었습니다. 왜냐하면, 전 2주 간 배운 것을 잊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비단 저작권을 허락받는 일 뿐 아니라, 세상에는 귀찮으며 안 해도 불이익이 없을 것 같은 일들이 있습니다. 내가 먹은 밥상을 정리하지 않는 것, 청소를 게을리하는 것 같은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서 분리수거를 소홀히 한다거나, 맡은 일에 지나치게 건성인 것처럼 시급하게 고쳐야 할 일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귀찮은 만큼 남들이 귀찮아 집니다. 저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이 도용당하지는 않는지 살펴보아야 하고,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는 내가 정리하지 않은 물건들을 대신 정리할 것이며, 맡은 일에 건성이라면 함께 프로젝트를 맡은 사람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입니다.

     

    그동안 그런 일들을 '몰랐다'라고 반성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귀찮았다'라고, 좀 더 본심을 드러내며 반성해 보려 합니다. 남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으니 난 그래도 돼...라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우린 생각보다 나은 사람들이고, 그렇다면 남들보다 나은 행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대목에서 갸우뚱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모두, 생각보다 나은 사람들입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귀찮은 일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어딘가에, 누군가에 미루며 살아왔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어린아이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른이라면 응당 자기 한 몸은 책임지고 가꾸어 나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전 모든 일을 그렇게 해나갈 자신은 없기 때문에 아직 절대로 어른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일은 오늘보다 어른일 예정입니다.

     

    그동안 몰랐던 게 아니라, 귀찮았습니다. 이제는 그 귀찮음을 무릅쓰고 조금씩 떳떳해지려 합니다. 온전히 떳떳해지는 그날 어른이 될 수 있겠죠. 그렇게 되면, 그제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인터넷의 보호를 받아야... 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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