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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분발휘 짧은소설공모전 후기 + 즉흥소설[전구인(가제)]
    일상, 깜빡임/보다 일상적인 글 2021. 9. 1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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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정보는 크게 없는 글입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공모전 관련하여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협성 독서왕 지원해 보았습니다. [+ 십분발휘 짧은 소설 공모전에 지원해 보려 합니다]

    # 두 공모전 모두 2021년 9월 4일 현재 마감되었습니다. 현재 두 공모전 모두에 참가한 상태인데, 좋은 결과 받고 여러분께 꼭 자랑하고 싶습니다 ㅠㅠㅠㅠ 혹시라도 해당 공모전들에 관심 있으신

    ccamppak.tistory.com

     

    내심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오늘 9월 15일은 십분발휘 짧은소설공모전의 수상자 발표일! 생각난 김에 들어가 보았고, 저와 비슷한 이름이 하나도 없는 걸 무감각하게 확인했습니다. 네. 실패했습니다.


    오랜만에 겪는 실패라 마음이 조금 심란한 것 같습니다. 그것도 최선을 다했을 때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사실 충분히 공을 들이지 않은 글을 냈다고도 느끼지만, 아마 시간이 더 많았더라도 그다지 많이 나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 능력 부족을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많이 생각해 왔습니다. 간혹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제 글은 왠지 모르게 무미건조했습니다. 아니, 힘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없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능력이 없는 저로서는(감정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곤 하니까요) 소설이란 분야는 너무도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번에 공모전을 준비하며 이런 저런 것들을 느꼈습니다. 생각보다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쓰기가 어렵다는 것. 그보다 더 어려운 건 남들에게 없는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능력이라는 것. 또 글을 쓰며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된다는 것.

     

    특히 지금껏 글을 쓰며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왜 이 인물은 이러한 상황에 놓였을까?' '왜 이 인물은 이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할까?' '왜 이 인물은 저렇게 행동할까?' '왜 작품은 이렇게 마무리되어야 하는 걸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짧은 시간이나마 글을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부족했던 것 같아요.

     

    글을 쓰는 것 또한 연습이라 느낍니다. 글을 쓸 때의 행동 패턴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재능이 없는 저로서는 계속해서 반복작업을 해야 합니다. 아직은 의지가 나지 않는 걸 보니, 지금은 제가 소설을 쓸 준비가 되지 않았나 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저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이 어떤 상황을 만나 웃을 수 있게 될지 고민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원하는 장면 몇 개가 있으면, 거기서 출발해서 글을 불려 나갔던 것 같습니다. 제 글쓰기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면 해볼 만한 시도겠지만, 아직은 그럴 정도는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방학 때 파이썬 공부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print 함수도 뭔지 몰라 허둥댔지만, 차근차근 하다보니 어느새 수학 문제를 계산하고 문양을 찍어 내고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처음에는 서투르겠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지금은 글쓰기를 할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글을 쓸 짬이 날만큼 여유롭지 않기 때문인데요. 개요 짜는 법부터 조금씩 다시 시작해볼까 합니다. 조급하게 눈앞의 공모전에만 몰두하지 않고, 저만의 글을 쓸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아닌 무언가를 그려낸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나와 다른 '나'는 하고 있는 생각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고, 그래서 하는 행동도 다릅니다. 때로는 '나'가 살고 있는 세계마저 나와 다를지도 모르겠어요. 이 모든 다름들을 뚫고 '나'에게 다가가는 일이 무척이나 버겁습니다.

     

    길고 길게 푸념을 적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짐도 적어 보았습니다. 솔직히 그다지 많은 실패를 겪지 않았던 저로서는 하나하나의 실패가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지금까지는 그 두려움에 발을 내딛지 못했었지만, 막상 한 번 실패해보고 나니까 오기가 생기네요. 마치 애드핏이랑 애드센스 처음 떨어졌을 때 기분 같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있는 일들이 익숙해지면, 어서 저만의 이야기를 발굴해내고 싶습니다. 물론 기존 작가님들처럼 심오하고 광대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작더라도 의미를 가진 이야기들을 분명 풀어낼 수 있을 거예요. 분명.

     

    # 여담. 그런 의미에서 방금 생각해낸 이야기 [제목: 전구인(가제)]

    한 사람이 살았습니다. 이름은 따로 없었습니다. 번호는 130이었습니다. 130의 세계는 낮이 되면 눈밭처럼 눈부시고 밤이 되면 칠흑처럼 어두웠습니다. 왜냐면, 130의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불을 밝혔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의 머리에는 뇌 대신 필라멘트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밝게 명멸하며 낮을 밝히고, 밤을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130은 때로 밤에 불을 밝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세계에서는 명백히 금지된 행위였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의 불빛이 곧 수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수명을 최대한 아껴 쓰기 위해 사람들은 낮에만 불을 밝혔고, 밤에는 세상을 더 어둡게, 보다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130은 밤을 좋아했습니다. 낮은 너무도 환하고 밝고 시끄러웠기 때문입니다. 130이 밤에 일어날 때마다 세상은 단 한 점만큼 밝아졌습니다. 가끔 그 빛에 뒤척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남은 수명을 지켜야 했기에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130은 한 점만큼 밝아진 세상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저 그를 밝혀주는 작디작은 원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어느날 운석이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이제 전구인이라 부를게요)은 낮에 밝게 빛나는 전구 운석을 보며 전율했습니다. 거대한 전구 운석은 충돌하며 반경 2km를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습니다. 130은 운석이 떨어지던 밤 깨어 있었습니다. 낮에는 커다란 전구인 머리처럼 보이던 운석이 땅에 닿자 그것은 전구거인의 두개골이 되었습니다. 두개골은 어마어마한 빛을 쏟아냈고 그 빛에 사람들은 깨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2km를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 전구 운석은 흠집 하나 없었습니다. 머리만큼 거대한 필라멘트는 가까이 오는 전구인의 머리를 금세 빨갛고 흐물흐물하게 만들어버릴 만큼 뜨거웠습니다. 학자들은 말했습니다. 이것은 외계인의 침공이다. 이것은 전구거인의 두개골이다. 지금껏 본 적 없는 필라멘트 형태다. 초고열은 가라앉겠지만 빛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학자들이 모두 맞지는 않았더라도, 적어도 마지막 말은 맞았습니다.

     

    전구 운석은 낮에도 환하게 빛났습니다. 낮에는 항상 환했기 때문에, 전구인들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덥긴 했지만, 그 정도는 가끔 화를 냈을 때 필라멘트가 달아오르면 느껴지는 더위와 비슷했습니다. 낮에도 환하게 빛났던 전구 운석은 밤에도 환하게 빛났습니다. 전구인들은 그제야 문제를 알아챘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너무 덥고, 너무 밝았습니다. 세상에는 밤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130은 더 이상 밤에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구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하늘을 새파랗게, 땅을 갈빛으로 물들였습니다. 전구인들은 낮에 시끄러웠고 밤에 불평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관총과 미사일이 전구 운석에 직격했습니다. 총알은 녹아버렸고, 미사일은 튕겨져 나왔습니다. 

     

    전구인들은 점점 낮에도 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화가 난 것같이 필라멘트가 달아올랐기 때문에, 이내 전구인들은 자신들이 항상 화나 있다고 착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가게 유리창에는 구멍이 숭숭 뚫렸습니다. 가끔은 길거리에 깨진 필라멘트나 흐르는 필라멘트액을 밟고 지나다니는 일도 생겼습니다.

     

    130은 그동안 밤에 쌓아둔 여유가 있었기에 그래도 버틸만 했습니다. 여유란 온도입니다. 130이 밤에 홀로 불을 밝히는 동안, 그의 필라멘트는 차가운 밤바람에 충분히 식혀졌습니다. 이건 130이 가끔 산책을 했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130은 여유가 좀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전구운석은 언젠가 조용해질 거라고요. 왜냐면 130도 필라멘트가 과열될 때마다 밤에 산책을 하면 괜찮아졌거든요.

     

    전구운석은 지금껏 밤바람에 며칠이고 몸을 내주었습니다. 초고열이었던 필라멘트는 고열로, 그리고 평범한 온도로 바뀌었습니다. 빛은 점점 은은해졌습니다. 전구운석을 부술 수는 없었지만, 전구운석은 이제 골칫거리가 아니었습니다. 한 전구인분의 빛만을 뿜어내는 전구운석은 이제 초라했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밤에 잤습니다. 화도 줄어들었습니다. 땅바닥에 굴러다니던 전구 조각들도, 필라멘트 찌꺼기도 점차 사라졌습니다.

     

    130은 전구운석이 꺼지는 순간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전에 한 전구인분의 밝기로 명멸하던 전구 운석도 보았습니다. 130은 몸을 바싹 유리창에 붙여 자신의 빛이 보이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세상은 단 한 점만큼 밝아졌습니다. 130은 점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거 봐, 언젠가는 끝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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