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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 공방/소설 2021. 5. 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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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순수한 창작물입니다.

     

    이것은 얼마 전 꾼 꿈의 내용으로, 그 내용의 번잡함과 비논리함은 그대로 가져오되, 조금은 읽을 만한 것이 되도록 바꿔본 것이다. 참고로 명확한 기억도 없는 순간에 눈을 뜨자마자 이 별 수 없는 내용을 메모장에 미친 듯이 적어 내렸다는 점에서, 그래도 내 무의식이 인정한 '한 번 볼만한 기억'에 속한다고 자신해 본다. 그러니 속는 셈 치고 몇 분 정도만 글에 투자해 보시길.

     

    부녀가 마트에 들어왔다. 손을 잡고 있지는 않았는데, 아이의 타박거리는 작은 발과 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결코 바람직한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발을 허우적대던 아이는 그다지 걷기에 재능이 없어 보였는데, 우려했던 바와 같이 마트 바닥에 으레 있곤 하는 철제 마감의 그 얕디얕은 턱에 걸려 결국 넘어져 버렸다.

     

    아버지는 당연하게도 아이를 들어 올렸다. 아니, 들어 올렸어야 했다. 말도 안 되지만 아버지는 아이를 들어 올리는 듯싶다 이내 패대기쳐버렸다. 놀란 아이는 울지조차 못했고, 주변에 있던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육체가 있다는 감각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체의 감각으로 날듯 그 모습을 관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아니라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

     

    이내 순경이 도착하였다. 삼단봉과 공포탄이 든 권총을 착용한 순경은 달려 오기라도 한 것인지, 숨을 고르고 모자를 살짝 고쳐 쓰며 사건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상하게도 순경은 아이와 아버지의 일로 찾아온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사건이 발생한 지 고작 30초도 안 되어 순경이 도착하였다는 점에서 쉽게 추론이 가능했다. 순경은 아이와 아버지의 모습은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둘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었고, 두리번거리던 순경의 눈은 어느새 어느 기둥에 가 멎었다.

     

    기둥에는 어떤 중년 남성이 앉아 있었다. 아무런 옷도 입고 있지 않았던 그 남성을 본 순경은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곤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굽신거리는 듯한 제스처를 했다. 그 남성이 공군 소령임을 알아본 것이다. 놀라운 식견을 지닌 그 순경은, 신고자로 보이는 소령에게 존경스럽다는 표정만을 담뿍 안을 따름이었다. 그 밖의 어떠한 조치는 없었고, 남성은 계속 기둥 아래에 부자연스럽게 앉아 있었다.

     

    마트임을 고려하면, 기둥에 기대 앉은 공군 소령은 - 그 권위나 직책 혹은 그밖의 어떤 제반 환경에도 관계없이 - 무척이나 이질적인 오브제였다. 그 모습을 보고도 존경스럽다는 행동만을 보이며 현장을 관망해 가는 순경은 어쩌면 그 남성을 조롱하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사실 그 순경은 신고를 받지 않았던 것이 확실했다. 그저 식약처 대신 그 마트를 구경하러, 아니 검사하러 왔을 뿐이고 우연찮게도 자신이 알던 그 남성을 마주했음이 분명했다. 아이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누워 있었는데, 그것은 아프다기보다는 혼란스럽다는 감정의 반증이었다.

     

    나는 어느새 육체를 맛보게 되었고, 그것의 통제권을 얻자마자 앞뒤 재지 않고 아이를 게스트하우스로 데리고 왔다. 게스트하우스까지는 원래 자전거로 5분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어느새 나는 다시 영체가 될 수 있었고 같은 거리를 24초 만에 주파했다. 순경과 아버지, 공군 소령 모두 나를 신경 쓸 수조차 없었다.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영체가 보이지 않으므로. 또는 평범한 사람의 동체시력은 그 정도 속도를 쫓을 수 없으므로.

     

    어쩌면 그 아이도 곧잘 영체가 되었던 것으로 보아, 이미 아이의 육신은 마트 바닥에 눌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아이를 이 상태로 데려온 것은 분명한 과실치사로, 어쩌면 형사고발 조치가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 되어버릴 것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영체인 나는 앞뒤 재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두려움 또한 행동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 이러한 감정을 느낀 것은 도착한 뒤 이틀이 지난 뒤였으므로, 나는 아무래도 감정이 영체일 때는 결여되는가 보다 하고 짐작할 뿐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각자 외출을 나갔거나 서울로 직장을 찾아 갔거나 혹은 헬스장에 간 것이었다. 아무도 아이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와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면 양육에 가깝겠지만 말이다.

     

    꿈은 여기에서 끝났다. 써둔 뒤 내용을 확인한 것은 아침으로, 이미 남아 있던 꿈의 잔향은 모두 휘발된 뒤였으므로, 그 뒷 이야기가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솔직히 이야기의 대부분이 각색으로, 메모장에서 발견했을 때 글은 네 줄 정도의 분량만을 가지고 있었다. 살과 뼈를 붙여 이야기를 잘 재어 두면, 나중에 분명 어디 공모전에라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옮겨 보았다. 이것을 옮기는 것이 혹시 문제가 된다면, 앞으로는 소중한 아이디어는 보다 꼭꼭 숨겨두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지만, 나누는 기쁨과 기대를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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