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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 온 택배 - (1)
    이야기 공방/소설 2021. 8. 24.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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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수 창작물입니다. 썸네일도 제가 그렸습니다(최선을 다했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생각날 때마다 짧게 짧게 이야기를 이어가보려 합니다.

    오후 3시였다. 김 씨는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 교통과 물류 시스템이 발달한 21세기 서울에서는 전날 시킨 물건을 당일 받을 수 있다. 혜성처럼 달려올 물건을 김 씨는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3시 16분, 연락처에 남겨져 있지는 않지만 그 누구보다 많은 문자를 보낸 번호에서 행복한 소식을 전했다. 김 씨는 의자에서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현관을 향해 조심스레 걸어갔다.

     

    만일 배송이 이틀 정도 늦게 왔더라도 김 씨는 여느 때처럼 의자에서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현관을 향해 걸어갔을 것이다. 언택트 시대의 장점은 직장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고, 단점은 일어날 일이 없다는 점이다. 뉴 노멀을 맞이하여 재택근무로 일을 전환한 김 씨는 이렇다 할 약속도 없었다. 따로 영화를 보지도 않았다. 뮤지컬도 보지 않았다. 음악을 즐겨 듣지도 않았다. 유튜브를 몇 시간씩 멍하니 쳐다볼 때는 있었지만. 

     

    바깥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김씨에게는 그렇다 할 타격이 되지는 않았다. 한 달에 한 번씩 내려가는 본가에서는 김 씨의 결혼 문제에 대해 한 두 번씩 언급하곤 했다. 김 씨는 그럴 때마다 으쓱하는 표정과 몸짓으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곤 했다. 사람을 볼 일이 없고 보는 것이 위험한 세상에서는, 김 씨와 같이 행동하는 것이 현명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현관문을 연 김 씨는 누가 볼까 잽싸게 물건을 들고 들어왔다. 생각보다 묵직했다. 작디작은 거실로 몸을 날리다시피 한 김 씨는 조심스레 택배를 살펴보았다. 김 씨는 지금, 그가 시킨 전복으로 할 요리를 구상 중이다.

     

    요리는 김 씨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취미다. 이렇다 할 자격증은 없지만 요리책을 사 하나 둘씩 해보다 보니 어느새 요리에 재미를 들렸다. 설거지라는 것은 요리를 하고 난 후 소화를 하는 과정의 일부이므로 전혀 귀찮지 않고 오히려 필요하다, 라는 것이 집에 콕 박혀 사는 김 씨의 생각이었다. 최근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느낀 김 씨는 이번에 전복죽을 만들어 먹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품게 되었고, 이윽고 그는 전복을 주문하고 있었다.

     

    김 씨는 전복죽을 먹을 생각으로 들떠 있었지만, 택배 상자를 열어 본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김 씨는 택배 상자 안에서 꼬물거리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배가 아파졌다.

     

    상자 안에는 전복이 아니라, 기니피그가 한 마리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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