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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모래, 모래, 모래!
    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5. 1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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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위로

    모래가 쏟아져 내리는 기분


    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민음사, 2005

     

     

     

     

     

     

     

     

    작품은 시종일관 모래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야 「모래의 여자」라는 제목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제목에 입각하여 살펴보면 여자의 이미지도 시종일관 등장해야 하며, 그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그다지 논하고 싶지 않다.

     

    읽는 내내 꺼끌한 맛이 입 안에 남아 있었다. 작품 전반에 걸쳐 모래가 흘러가는 이미지가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계속 흘러서 닦아 내도 없어지지 않고 심지어 보충된다. 모래산의 거대한 흐름을 삽으로 막는다는 건, 마치 재래식 미사일 한 방으로 지구에 떨어지는 직경 10km짜리 운석을 걷어내는 것처럼 비현실적이다.

     

    실은 그런 거대한 흐름에 타협하여 달아나지 않는 것부터가 문제의 발단이며 거기에 수반되는 고통을 본인들의 손으로는 직면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이런 발상이 너무 어설프다. 삶에 내몰려 벼랑에 서 있는 사람들은, 돈에도 밀리고 모래에도 밀려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인간은 밀려나지 않았지만 대신 인간성이 밀려나 버렸다. 결국 마을의 '모래 인간'들도 어느새 모래처럼 꺼끌해졌다.

     

    모래는 놀랍게도 뜨겁지만 동시에 축축하다. 사막에서 살기 어려운 이유를, 사막에서 고정된 거주공간을 가지고 살아가기 더더욱 어려운 이유를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일본의 해안 마을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교훈을 얻어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바보 같다고도 느껴졌고, 그래서 더 처절하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한 명쯤은 주인공을 찾으러 돌아다녔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격분해 보기도 했다. 작품 속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잠시라도 상상하면 폐소공포증에 걸려버릴 것만 같다. 훈련소 첫날 연병장에 차렷 자세를 하고 있는 그 암담하고 어딘가 붕 떠 있는 기분이다.

     

    끝으로 잠시 이 시시포스의 돌 굴리기와 같은 행동에 대해 의문을 품어 본다. 도대체 흐르는 광물에 저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은 인간은 이미 자연에 저항하며 발전하고 있다. 매년 농작물을 못 쓰게 만드는 아프리카 메뚜기 떼와 거대한 모래 폭풍을 필두로, 자연은 그런 인간을 비웃듯 사정없이 인간을 밀어낸다. 그럼에도 인간은 살아간다. 어쩌면 마을 사람들은, 그리고 주인공은, 게다가 우리는, 모두 이런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래의 여자」는 자칫 비현실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풍경과 상황을 치밀한 인과관계를 토대로 묶는 데 성공했다. 작가의 필력이 훌륭한 접착제 역할을 했다. 이 글에서 초점으로 잡지 않은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은데, 그만큼 이야깃거리도 많고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위 글은 <모래의 여자>를 읽고 필자의 감상과 생각을 담아 재구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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