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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지혁,「초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작가 30
    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4. 2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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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어교육 전공자의 시각에서 든 생각을 담아 보았습니다.

     

     

     

     

     


    총평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한국어.

    그 한국어가 외부의 것이 되는 세계.


    문지혁, <초급 한국어>, 민음사, 2020.

     

     

     

     

     

     

    필자는 국어교육 전공이다. 한국어는 국어교육 전공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또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사랑스러운 언어다. 애증의 관계이긴 하지만,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어가 망망대해에서 푸대접받고 있는 모습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물가에 내놓은 장독대 같은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

     

    그동안 문학교육 관련 전공이나 21세기 한국소설의 이해같은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허구성이 소설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100점을 주어도 모자랄 만큼 허구성을 잘 활용하고 있다. 소설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며 읽었다면, 에세이를 읽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한국어 강사 문지혁은 현실 속 소설가 문지혁만큼이나 명확하게 진짜였다.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것과 같이, 필자 또한 한국어에 대한 자랑스럽고도 불안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다. 강남스타일을 넘어 bts가 만들어낸 신화들을 보면서도, 수많은 외국인 아미들 중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할 사람이 얼마나 생길까를 떠올려 보면 조금 암담하다. 한국어는 아직까지는 그냥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왜?'라고 반문하게 되는 언어라는 확신과, 불안함이 든다.

     

    작품을 통해 나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던 수많은 것들이 너의 언어로는 표현되지 못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 버렸다. 수많은 경험들과 잠언들은 한국인으로서 내뱉을 때에만 가치를 지닐 뿐, 외국어를 빌려서는 절대 표출되지 않는다. 그런 광경이 그다지 멋져 보이지는 않았다.

     

    작품은 시종일관 주인공 지혁을 무너뜨리려는 것처럼 보인다. 소소한 것들을 주고 (그게 또 소확행은 아니다) 큰 것들을 가져가 버린다.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지혁만큼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많이 생각했다.

     

    그럼에도 지혁이 꿈을 완벽하게 포기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소확행스러운 성공과 더 큰 불행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도전하는 한, 지혁은 어딘가에 분명 가닿을 수 있을 것이다. 척박한 외계에서 한 학기 동안 살아남았던 것처럼.

     

    위 글은 <초급 한국어>를 읽고 필자의 감상과 생각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제가 국어교육 전공이라는 것은 아쉽게도 허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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