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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만은 않은 악수를 위해 [나에게 일이란 고통일까, 보람일까?]이야기 공방/에세이(?) 2021. 7. 18. 22:18728x90
‘즐기던 일을 일로 하니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는 식의 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정말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일주일 뒤면 두 달 정도 몸 담았던, 그야말로 '단기'근로 하나가 끝이 납니다. 생전 처음 도전해 보는 주방 일을 처음에는 그만두고만 싶었지만, 후임자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서 시원섭섭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아쉬운 마음의 한 켠에 일은 없다는 건 분명합니다.
전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교육 봉사, 독서 요약 정리, 임용고시 준비처럼 단기근로도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조건이었습니다. 교사가 되어서 학생들 다 해보는 알바 한 번도 안 해보면 어떻게 좋은 상담을 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면접을 위해 더위를 먹어가며 자전거를 타고 면접 장소에 결국 도착했습니다. 아마 체력 부족이 원인이었을 현기증으로, 마스크를 내리지도 못하고 그늘에 숨어들어 주저앉았습니다. 집에 돌아가지 않고 결국 면접을 보러 갔던 것은, 제 꿈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막상 일을 시작하자, 소명의식 같은 고상한 것들은 조금씩 희미해져 갔던 것 같습니다. 월급날을 바라보며, 이미 쓴 계약서를 생각하며 도전과제를 하나씩 해치워 나가는 느낌이었을까요. 생각해 보면 처음으로 했던 문제집 첨삭 알바도, 과외도, 멘토링도 비슷했습니다. 분명 하고 싶은 일의 연장선인데, 돈이 연관되니 괜히 묵직했습니다. 그래서 일은 대가를 담보로 하는 악수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벗어날 만큼의 재력이나 정신력이 없는 이상, 선택에 의한 악수이더라도 그 악력이 조금 찝찝합니다. 그래서 겁이 나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갈 때는 몰랐던 그 묵직함을, 일을 시작하며 알아낼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군대에서 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해서 편해질까?’에 집중하게 되었었고, 사무용품을 구하고 불필요한 규정을 없애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정말 보람찼었습니다. 제 노력으로 환경과 상황이 바뀔 수 있는 일이라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일을 찾았을 때 악수하며 받을 대가와 책임을 버거운 무게로 느끼지 않으려면, 더 전문적인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저에게 일은 고통입니다. 하지만 나아지다 보면, 버겁지도 무겁지도 않은, 보람찬 악수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이야기 공방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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