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넷플릭스 「Dr.STONE(닥터 스톤)」을 보고
    이야기 공방/에세이(?) 2021. 6. 12. 00:08
    728x90

    최근 생각의 초점이 계속 '돈'에 쏠리곤 했다. 짧은 기간이나마 알바를 구하기 위해 구인공고를 수 차례 올리고, 일거리를 찾고 당근 마켓에 글을 올렸다. 처음에는 휴학 기간 동안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취지의 활동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싶었는데, 어느새 '빨리 직업을 가져야겠다', '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 자체를 부정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런 것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여러 과정을 밟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망각하고 있었다는 게 싫다. 학창 시절 어찌 보면 무의미하게도 느껴졌던 공부를 계속 해왔던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교육 봉사를 다녔고, 전공 수업과 교직 수업을 들으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했지만 동시에 재미있었다. 재미있었으니까 계속할 수 있었다.

     

    처음에 당근마켓에 글을 올리기로 한 것도 책을 읽기 위해서였다. 책을 읽고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판매하는 글을 올리고 있는데, 글을 쓰는 과정에서 책을 읽는 동기도 얻을 수 있었고 또 책을 정리하며 한 번 더 이해도 할 수 있었다. 책을 많이 읽어서 정리가 빨라지면 새로운 작품을 보아도 즐겁게 읽으면서 빠르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국어교사로서 책무를 다하면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알바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 수업을 하는 것만이 교사의 역할은 아니다. 분명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어야 할 텐데, 고민을 잘 들어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굳이 부적절한 행동들까지 섭렵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최저시급 받으며 육체노동과도 같은 느낌의 알바를 하는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으면서,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어느새 '하기 싫은' 일들이 되었다. '하기 싫은' 마음들을 월급, 그러니까 '돈'을 보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 초심을 잃은 기분이었다. 이상하게도 하는 일에 불만이 생길수록 장래희망이라는 큰 그림에도 잘못된 물감이 칠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신체적 탈력감에 잠을 자야 하는 때가 되면 책을 읽을 생각도, 교육에 대해 고민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느새 장기적인 직업적 희망에 대한 관점조차 돈에 맞추어 바뀌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니까,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조차도 '빨리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월급을 벌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변질되고 있었던 거다. 직업적인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시작하려 했던 수많은 일들 때문에 내 의지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거듭 말하지만 재화를 벌겠다는 마음이 나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재화에만 집중하며 그 일이 싫은데도 억지로 해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으로 발전했던 것 같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해 준 것이 넷플릭스 「Dr.STONE」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인데, 아래 사진의 느낌을 보면 알 만한 사람은 분명 알 거다(실제로 저런 돌의 표면이나 식물을 클로즈업한 화면이 매 화 등장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석화'와 '과학'이다. 현생 인류가 정체불명의 빛으로 인해 석화된 이후, 3700년이 지난 지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센쿠라는 고교생이 등장하는데, 놀라운 탐구 능력과 과학 지식을 이용해 원시시대처럼 변화한 지구를 문명화시킨다.

    Image by Alex Mercier, pixabay

    작중 센쿠는 수많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과학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처음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꾸준히, 자신이 하는 일을 믿고 계속 가설을 수정해 나간다. 결국 몇 달이 걸리든, 몇 년이 걸리든 처음에 원했던 결과를 얻게 된다. 말 그대로 돌만 있는 '스톤 월드'에서 화약을 만들고, 유리를 만들고, 발전기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마치 내 일처럼 뿌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문득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센쿠의 모습을 보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지 잠시 되돌아보았다. 앞서 했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정신적인 만족 혹은 직업적인 적합성을 기르기 위한 행동들이 마치 시행착오와 같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들을 몇 번이나 마주했다. 알바를 하면서는 신체적인 한계와 하는 일에 대한 불만을 많이 느꼈다. 결국 아직 되고 싶은 것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했다. 그렇지만 나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하는 일에 의미 없는 일은 없다. 그 안에서 분명 얻어갈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고, 그것이 나의 직업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 힘들고 고되더라도 참고, 정해진 기간 동안만큼은 열심히 임하고 싶다. 아 참, 알바 두 탕은 무리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주기로 꼭 결심했다. 알바몬에 들어갈 때마다 있는 알바는 하지 말라는 말도.

     

    진짜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이름을 참 잘 지었다고 느낀다. 나에게만큼은 정말로 'Dr.Stone'이었으니까. 다른 분들도 이 애니메이션을 보며 나와 같은 만족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글을 써 보았다.

     

    여담이지만 블로그도 취미 생활로 시작했는데, 애드핏이니 애드센스니 광고를 달고 싶다고 생각한 이후 조회수에 너무 급급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양질의 글을 제공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이 좋은 정보를 얻어가는 것을 목표로 느리지만 천천하게 임했어야 했는데, 너무 성급하게 올린 글들도 분명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믿기로 했다. 공감과 구독이 절실해요 더 나아지겠다는 다짐처럼, 한 발짝씩이라도 더 나아가 볼 생각이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