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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이, 하나뿐인 큰 그림 (부제: 어떤 인생을 살까 고민해봤습니다.)
    이야기 공방/에세이(?) 2021. 6. 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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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이 연말연시 정도에는 느껴보았을 생각이라고 느낀다. 그러기 위한 다짐(비록 작심삼일일 뿐이라지만), 그러기 위한 살아감이 아닐까. 목적이 없는 삶만큼 무서운 일이 없다... 고도 생각한다. 그렇다고 지금 스스로가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느냐고 묻는다면, 가차 없이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주 명확하지는 않지만 다소 명백한 목적의식이 동력원으로 쓰이곤 있다. 장래희망과 그를 위한 노력이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선생님이 되려는 생각만큼은 명백했다. 국어라는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로 변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직업적 소명의식에의 열망은 3년 전 즈음에 가장 불타 올랐다가 점점 식어가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진다.

     

    지금, 이, 인생은, 한 번 뿐이다. 여러 이유로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시기들을 지켜보면서 안타깝다. 안타까움의 대상에 나 또한 포함되어 있다는 게 더욱 안타깝다. 내가 내년에 임용고시를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누군가는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게 멋있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며 우쭐해진 게 아니라 우울해졌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게 당연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매 순간에 치열해지기 위해 매 순간에 갇혀 버린다면 그건 녹아 버린 게 아닐까. 녹아버린 뇌와 마음의 덩어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일주일에 알바를 평균 4.5시간씩 5일을 하면서 처음 들었을 땐 당연해 보였던 말이 당연하지 않게 들리기 시작했다. 참고로 난 아이들에게 과외, 교육 관련 일만 해봤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 알바를 시작했다. 그렇게 명확한 목표를 잡고 들어간 일인데도 한 달이 지나자 아무 생각이 사라졌다. 그저 월급날, 월급날, 월급, 날.

     

    만약 내가 일을 그만둘 수 없다면? 일을 그만둘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하고 싶은 일이 아직 없다면?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면? 하물며 내가 일주일에 6일을 일한다면? 하루에 7시간씩 일해야 한다면? 아니 매일 일해야 한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 생각들은 저 인용문을 정말로 대단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최악이었다.

     

    다들 먹고 싶은 것 먹고, 사고 싶은 것 사고, 살고 싶은 데 살 수는 없는 거지만... 적어도 돈만 보고 살아가지는 않아도 되게끔, 돈을 보는 게 선택이 되게끔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면 어차피 생각해보는 거니까, 이왕이면 다들 먹고 싶은 것 먹고 사고 싶은 것도 막 사고 살고 싶은 데 턱턱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정말 좋겠다.

     

    그전까지는 엄청난 이상과 소명의식을 가지지 못한다면 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제는 학습자 중심의 전인적 발달보다 방학과 칼퇴근이 좋은 교사의 삶이 밉지 않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아니 적어도 전문적인 적성과 자질만 있다면 누구든 교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운 점이다.

     

    다만 이런 말 하나쯤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다.

     

    큰 그림을 그리는 걸 주저하지 말자. 쉬어가는,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도 그 큰 그림을 위해 꼭 필요한 흰 배경임을 알아 두자. 착실하게, 그리고 아주 작게 실선이라도 그리자. 그 실선들이 모여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모여 배경이 되고, 얼굴이 되고, 길이 되고, 꽃밭도 대나무 숲도 하늘도 될 수 있으니까. 

     

    사실 제가 학생들에게 장차 교사가 되어 알려주고 싶었던 건 '근로계약서는 어떻게 쓰는지', '주휴수당은 뭔지', '야간수당은 뭔지'같은 정보였습니다. 지금 제가 학생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건 '알바몬에 계속 공고가 떠 있는 알바 자리는 왜 피해야 하는지'가 전부입니다. 오히려 같이 일하고 있는, 아직 고등학생인 친구들에게 더 배울 점이 많다고 느낍니다. 주휴수당이 뭔지, 야간수당이 뭔지는 제가 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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