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조창인, 「가시고기」: 2021, 다시 본 가시고기
    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7. 19. 10:40
    728x90
    반응형

    # 어린 시절 읽었고, 군대에서 재차 읽었습니다. 최근 입양아 및 아동 학대 사건들을 마주하며, 자녀 양육에 큰 각오와 책임이 필요하다 느꼈습니다.
    # 어느새 작품이 발행된 지 2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의 사회는 이 글이 쓰여진 이후 많이 바뀌었을까요?
    # 책을 읽고 받은 감상들을 위주로 담은 글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총평
    내리사랑이라는 단어를
    이보다 온전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조창인, 「가시고기」, 밝은세상, 2000




     

     


    조창인의 「가시고기」는 백혈병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니,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어떤 남자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책을 읽으며 가장 감탄했던 것은 구성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시선으로, 번갈아 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이야기의 몰입도와 사건의 이해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한편 가시고기라는 녀석은 본받을 점이 있는 물고기지만, 일부러 '자녀에 도대체 얼마나 큰 기대를 걸었기에...' 하는 냉소도 지어 보았다. 가시고기의 사랑이 본능에 기반한 것이라면 작품 속 사랑은 이성과 본능의 혼합물에 기반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품 속 사랑은 박수받을 만하면서도, 그 박수만큼 토닥임을 받아야 할 것이기도 하다.

    다움의 아버지 정호연은 자신의 유년기를 넘어서고자 하는 마음에 가시고기의 사랑을 택했을까. 사실 가장 긍정적인 사랑이라면 주는 사람도 행복하고 받는 사람도 행복한 그런 것일텐데, 현실은 손쉽게 양쪽의 행복을 손 들어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호연은 아들의 행복,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한 최선을 택했던 것이 아닐까. 비록 그 과정이 안타깝고 미련해 보이더라도, 호연은 그 나름대로 치열하게 생애를 지내왔음에 틀림없다. 그 원동력이 아이에 대한 무한한 사랑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움의 어머니 한애리는 반면 계산적이다. 계산적인 것이 나쁜 것이냐고 물으면, '캐바캐(case-by-case)'라고밖에 말할 수밖에 없다. 자녀를 두고 떠나버린 어머니라는 점에서 한애리는 나쁜 엄마일 수 있지만, 또 본인의 삶을 생각한다면 최선을 다해 살아온 계획적인 인물이다. 다움의 소식을 들은 후에는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기도 한다. 다만 그것이 정호연을 염두에 둔 행동들은 아니다.

    다움은 씩씩하다. 애착이 강하고, 때로는 어른들보다 빠르게 삶과 죽음에 익숙해 지기도 한다. 속마음이 깊은 아이는 배려심도 깊지만, 그만큼 침잠하기가 쉽다. 정호연이 없었다면 다움은 분명 침잠하는 아이가 되어버렸을 것 같다. 정신적 행복과 물질적 행복을 함께 가져갈 수 없음이 아쉽지만, 그 또한 무척이나 현실적이기에 가슴 아프다.

    조금 시선을 돌려 21년이 지난 지금으로 돌아와 보고 싶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맞이하게 되었을까. 아버지 정호연이 가시고기가 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어머니 한애리가 아내의 의무를 져버리고 사라진 악한 빌런만을 담당하지는 않게 되는 그런 세상을 맞이하게 되었을까. 어쩌면 조금은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다움이처럼 백혈병을 앓고 있지 않은데도 죽음으로 흘러 들어가 버리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입양아를 보살피기는커녕 고통 속에 죽어가게 한 사건이나, 아이가 칭얼댄다는 이유로(아이가 그럼 칭얼대지 타이르기라도 해야 된다는 걸까?) 때리거나 굶기는 사건, 그렇게 해서 죽게 한 사건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시선에는 이 「가시고기」가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비록 정호연의 모습처럼 장렬하게 그 스스로를 불사르는 내리사랑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의 수많은 부모님들은 자신의 어떤 부분을 떼어(호빵맨이 자기 머리 일부를 떼어 나눠 주는 것처럼) 자녀에게 건네주고 있다. 소중한 가르침을 전달하고 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혼자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면, 이 이야기는 그저 아름다운 옛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위 세대나 아래 세대와 연관을 어떻게든 가지고 있는 존재라면, 풍토의 변화에 관계 없이 받은 것에는 감사하고 주지 못한 것은 보완해서 전달해 주고 싶다는 마음을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으리라.

    조금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가족의 관점에서만 보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좋은 것은 받아서 잘 바통터치하고 나쁜 것은 전달하지 않는 것. 내가 받고 싶었던 모습을 내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것. 내가 이룩한 것들이 나만의 산물은 아니라는 것 등 또한 작품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끝으로, 몸도 신념도 끝끝내 불사르고 자녀의 앞길을 위해 자신을 뼈 무더기로 만들어 버린 정호연이라는 인물에 부모님을 투영해 본다. 어떤 순간에는 나의 부모님도 그런 과정을 통해 나를 보호하지 않았을까. 이제야 알아 죄송하고 그렇게 받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본다.

    #off the record. 그러니 자녀 계획은 신중하게. 우리가 온통 욕망만 쫓는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프거나 굶었거나 학대당한 아이들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봅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