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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슈킨, 「벨킨 이야기 스페이드 여왕」: 러시아(순한 맛)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8. 30. 12:30728x90반응형
# 모든 단편에 대한 감상을 짤막하게 적어 두었습니다. 최대한 감상을 보고 어떤 작품인지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총평
러시아의 군대,
귀족에 대한
단편 모음
푸슈킨, 「벨킨 이야기 스페이드 여왕」, 민음사, 2002
# 이런 분들께 추천, 안 추천
비교적(?) 가벼운 느낌의 러시아 문학을 원하는 분께 추천한다. 춥고 배고픈 분위기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께 추천한다. 한 인물을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 익숙지 않다면, 이 작품을 읽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러시아 군대를 싫어하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는다.
고(故) 이반 페트로비치 벨킨의 이야기
독특하게도 이반 페트로비치 벨킨이라는 인물이 남긴 이야기라는 식의 전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인물의 일대기를 설명하며, 각각의 단편이 벨킨이 직접 수집한 이야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그보단 단편들의 대주제를 정해준 것에 가깝다.
미리 밝히자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는 매 작품마다 그 내용이나 주제를 짐작할 수 있도록 글귀 몇 개씩을 남겨 두었다는 데 있다. 이 덕분에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들이 완성되었다.
발사
명예란 무엇일까. 명예는 때로 이성을 가리는 눈가리개다. 그런 점에서 작품 속에서 행해져야 하는 총알의 발사는 용기가 아니다. 그건 만용에 가깝다. 실비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 실비오 스스로는 명예를 위한 행동이라 여겼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그저 계획적인 복수일 뿐이다. 무서운 광경을 온전히 지켜보아야 했던 백작 부인은 도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눈보라
운명적인 사랑은 무엇일까? 그것이 언제나 아름다운 형태를 띠고 있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다. 어떤 인물의 시각에서 작품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비극도 희극도 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장의사
지극히 현실적인 장의사, 그리고 지극히 비현실적인 사건. 그 와중에 결말이 현실적인 게 흥미롭다. 프로호로프가 결국 무엇에 안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장의사라도 망자와 술잔을 맞대고 건배할 마음은 크게 없는 모양이다.
역참지기
최서해의 「홍염」과 흐름이 비슷하기 때문에,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다. 최서해 작품과의 차이점은 아무래도, 두냐가 결국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비극적인 이야기에서 그나마 건질 만한 것이다.
귀족 아가씨 - 농사꾼 처녀
베레스토프가 리자에게 좀 더 끌리게 된 건, 아무래도 반전 매력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동안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 가문 간에 싸우는 모습만 보다, 사랑으로 인해 오히려 가문 사이가 원만해지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스페이드 여왕
가장 신기했던 건 백작 부인의 비법이 실제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이 포인트가 작품을 좀 더 신비롭게 만들어 준다. 어찌 보면 이 장치로 인해 한층 더 훌륭한 권선징악이 일어난 듯하다. 노름 장면이 생각보다 긴박해 재미있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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