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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정 후에는 주름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 공방/에세이(?) 2021. 4. 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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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을 보는데 없던 팔자주름이 보였다. 볼을 팽팽하게 펴봤지만 손을 놓으면 다시 제자리. 효과가 없었다. 교정 치료 3년 간 부정교합으로 고생하던 아랫니는 반영구 철사에 의지한 채 가지런해졌고, 삶의 질이 올라간 것 같아 만족스럽다. 

     

    고른 이빨을 가지게 된 대신 주름이 생겼다. 장기간 교정기가 튀어나온 상태로 있다 보니 피부가 과도하게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교정이 끝났을 때 피부가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은 거다. 모든 일에는 부작용이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겪기 전까지 그렇게 크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문득 실없는 비유를 생각해 냈다. 그러니까 고른 이빨이라는 장점을 얻어내기 위해 난 노력을 했고, 그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인 주름이 생기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으니, 이걸 단점이라는 보다 과격한 말로 바꾸어도 좋을 듯하다.

     

    그러니까 이런 느낌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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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른 이빨 = 장점 / 주름 = 단점

    좋기만 한 일은 지금까지 몇 차례 만나본 일이 없었으니, 내가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 할 수많은 선택들에도 이런 장점과 단점 구도가 형성될 수 있었고 또 있을 것이다. 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는다. 어쩌면 1대 1의 구도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1 = +1 -1이라는 허무맹랑한 식을 가리키는 건 결코, 아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선택할 때 그 일에 부가적으로 따라올 여러 요소를 꼼꼼히 따져보아야겠다는 다소 무책임한 결론을 내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니, 단 1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모든 요소를 따져본다는 건 그 자체로 참 낙관적인 생각이라고 느껴졌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고작 10초 앞의 미래도 못 내다보는데, 어떻게 그보다 큰 인생의 갈림길들을 전부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앞으로 선택에 대처하는 자세를 몇 가지 만들어 보았다.

     

    우선 장점과 단점 모두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처음 주름을 마주했을 때 보았던 당혹스러움을, 비슷한 다른 상황이 생긴다면 조금 줄여야겠다고 느꼈다. 수많은 부작용이나 예측 가능한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도 대체로 '그럴 리가' 하면서 넘어가게 되는데, 앞으로는 '아, 이럴 수도 있겠구나. 나는 이런 것까지 고려하면서 이걸 결정하겠구나'라거나,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예상 못한 다른 효과가 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함께 탑재해두는 게 좋겠다.

     

    부작용이 보인다면 없애려는 노력도 꼭 필요하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그 노력조차도 각각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지만, 거기서 최대한 나쁜 걸 줄인다면 노력 자체는 필수적이라고도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주름을 없애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팩을 하고 있다. 피부가 적어도 지나치게 나빠지지 않고, 주름이 펴지지까지는 않더라도 무작정 꾸불해지지 않고 있으니... 분명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믿는다.

     

    마지막으로! 주름까지 그냥 나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왜 개 중에 퍼그라고... 쭈굴쭈굴한데 귀여운 개 있지 않은가. 그런 친구들도 팔자주름 짙게 되어 있지만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적어도 비호감은 아니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hoto by Unsplash. jc gellidon

     

    유감스럽게도 교정 기간이 끝나도 교정 유지장치를 계속해서 착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평생. 24시간 내내는 아니라도 듣고 충격받았다. 이 또한 예측하지 못했던...(제대로 알아보지 못해서 그런 거겠지만) 일종의 부가 효과다. 결국 피부가 교정 유지장치를 따라 과도하게 당겨질 테니, 주름이 완벽하게 펴지기는 글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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