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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깜빡의 서재/짧게 보는 2021. 7. 4. 11:25728x90
작품은 원치 않는 아이를 대면한 정상 가족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 같다. 부모 폴과 해리엇이 처음에 꿈꾸었던 정상적이고 북적거리는 가족의 풍경을 책의 말미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며, 이는 대부분 '다섯째 아이' 벤에 의한 것이다.
폴에 대해 측은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다섯째 아이에 관심을 빼앗긴 넷째 아이는 점점 의존적으로, 또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이에 더해,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가 어떻게 망가져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벤을 보며 서글펐다.
그렇지만 온정적인 시각으로 보기에 '벤'은 워낙 엄청난(?) 아이다. 마치 사회의 안전까지 저해할 것만 같은 벤의 행동을 보면, 어디까지가 정상성의 범주인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자연'이라는 단어가 무섭게 느껴진다면, 그건 그것을 소유할 수도, 하물며 예상할 수도 없기 때문이리라. 벤을 이루는 유전자의 일부가 우리 안에도 고개를 웅크리며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속말을 뱉어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산 문제에 신중해진 계기가 된 작품.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민음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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