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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시작을 응원합니다!》 조재윤 외,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 - 그럼에도 불구하고」
    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6. 1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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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텀블벅 프로젝트에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이라는 것이 올라왔다. 큰 고민 없이 후원했고, 후원 목록에 이름이 담겨 있는 뜻깊은 책을 받을 수 있었다. 언젠가는 스스로의 수상 내역이 담긴 책도 받아보고 싶다. 읽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는데, 이런저런 일을 벌이느라 지친 시간들 중 안정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어 더 좋았다.

    ※ 여담: 이렇게 리뷰할 줄 알았으면 '깜빡이'나 '블링크'로 올려놓고 자랑이라도 하는 건데... 통탄스럽습니다...

     

     

     

     

     


    총평

    네 곳의 동네서점에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특별한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잘익은언어들,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 조재윤 외, 2021.

     

     

     

    전주의 동네책방들이 협업하여 만들게 된 책이라고 한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대회가 그 규모를 키워 책으로까지 완성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며 매력을 느꼈다. 독특하다고 느꼈던 건 책의 형식이었다. 수상 작품만 수록한 것이 아니라 선정 이유, 소감, 인터뷰, 거기에 작가의 또 다른 작품까지 제시하여 다채롭게 구성했다. 실은 수상 작품 자체보다 선정 이유 속 작가님들의 이야기, 혹은 또 다른 작품이 더 마음에 든 경우도 있어서, 훌륭한 편집이었다고 느낀다.

     

    전주동네책방문학상 대상: 단편소설 '카레가 끓는 동안'(조재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책 제목이 글들의 주제였다는 것을 몰랐다. 책의 개요 등을 주의 깊게 보지 않은 덕분에(?) 조재윤 작가님의 단편소설 '카레가 끓는 동안'의 말미에 등장하는 동일한 문구에 무척 반가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했어야 할 말이지만, 대상이 왜 대상인지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완결성도 높았고, 가치관의 갈등에 대해 묘사한 부분이 특히 공감되었다. 카레가 끓는 그 과정은 너무 평온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데, 그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이 상당히 날카롭워 재미있었다. 삶과 죽음을 비유적으로 활용한 문장들도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물결서사상: 시 '수신자 없는 이야기' 외(이세찬)

    이세찬 작가님의 시는 섬세한 필체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물결서사상'이라는 상 이름과 시의 이미지도 잘 어울렸다. 인생에서 큰 영향을 준 사건을 중심으로 시상이 살아나는 지점에 무척 공감했고,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용에도 상당히 공감할 수 있었다. 동시에 험난하다고도 할 수 있는 겨울과 봄 사이에서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가님의 모습이 무척 멋지게 느껴졌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더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살림책방상: 에세이 '평행선의 끝을 상상하기'(이정환)

    제목에 감탄했다. 필자가 고등학교 때 첫 교육봉사에서 가르쳤던 평행선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라서 더 공감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평행선의 끝은커녕 중간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못했던 스스로에 비하면 작가님은 그 속에서 멋진 이야깃거리를 찾아냈다는 것이 부럽게 느껴졌다. 또 에세이에 녹아 있는 어른이 무척 성숙하게도, 또 겸손하게도 느껴졌다.

     

    에이커북스토어상: 에세이 '나는 오락가락하는 어영부영 어른'(이주리)

    어영부영하고 오락가락하는 게 실은 어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주리 작가님의 에세이 속 인물은 현실 그 자체다. 그러면서도 힘든 건 힘들다고 할 수 있게 된 에세이 속 인물이 더 이상 어영부영 오락가락은 아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시의성 있는 이야기들도 가득 담겨 있어서, 최신 에세이를 읽을 만한 이유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글은 솔직한 편지 같은 게 아닐까도 싶었고 그런 의미에서 좀 더 꼼꼼하게 읽었다.

     

    혁신책방 오래된새길상: 시 '종이배를 찾습니다' 외(최윤희)

    최윤희 작가님의 '종이배를 찾습니다'는 점점 도전과제가 늘어난다는 느낌을 받는 시였다. 찾아야 하는 존재들이 모두 따스한 것들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잠시간 빛나게 떠 있는 종이배가 일찍 오는 친구에게만 아름다울 것이라는 점이 오래된 격언을 떠올리게도 했다. '오늘의 날씨와 비누'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다. '꽃이 핀 들판'같은 경우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죄책감 풍기는 분위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서점카프카상: 단편소설 '인어'(신모과)

    명확하지 않은 것을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다. 그렇지만 최근 즐겨 보는 게임인 '아이작'같은 경우에도 그 엔딩이 상당히 추상적으로 제시되곤 했으니, 어렵다고 해서 매력적이지 않은 건 결코 아니다. 작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수많은 사건들에 위안을 느낄 수 있을 테다. 허구성의 적절한 사용이 훌륭하다고 느껴졌고, 그러니 훌륭한 단편소설이라고 이야기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문득 구병모 작가님의 '아가미'가 함께 떠오른다. 같이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잘익은언어들상: 에세이 '따뜻한 위로'(최옥숙)

    스스로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데 얼마만큼의 노력이 들어갔을지 느끼며 겸허한 마음으로 읽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제삼자의 입으로 전달하는 무례함을 저지르고 싶지는 않기에, 이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다. 현실에 해피엔딩이란 일어나기 어려운 일인데, 꼭 에세이가 막을 내린 후에 펼쳐지는 수많은 삽화들이 더한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도 분명 있구나, 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신작 에세이 '노래와 함께 한 인생 2막'을 보며 '역시 경험이 글의 깊이를 자아낸다'고 생각했다. 작가님은 그 경험들을 소중한 것으로 잘 채워 두었기에 더 깊이가 더해졌으리라고 생각한다. 도전하고 발전하는 이야기는 너무 흔하지만, 흔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더 응원하게 된다.

     

    책방토닥토닥상: 에세이 '나의 대만'(박은정)

    박은정 작가님의 에세이는 이야기의 규모가 크지 않아 아기자기한 방 안에 들어온 기분이 들고, 그 안에 이름이 들어가니 더 오밀조밀하다. 아레카야자라는 식물이 궁금하여 검색해 보았다. 공기정화능력이 아주 뛰어난 꽤나 큰 식물이라고 한다. 개로 치면 골든 리트리버일까. 또한 이름 짓기의 책임에 대해서도 잘 적어놓았다고 느낀다. 글을 읽고 움직이지 않는 생명체라도, 심지어 사물이라도 이름을 지어줄 때에는 그것의 사후 a/s까지 감당하여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을 받았고 앞으로는 이름 짓기에 더 신중해질 것 같다. 이런 메시지와 함께 '대만'이라는 이름이 대만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을 표상하였다는 것 사이의 거리감이 재미있었다.

     

    책을 읽고

    다양한 장르의 글을 한 책에서 즐길 수 있었다는 게 앞서 말했듯 가장 큰 매력이었다. 상을 수상한 작가님들은 그 나름대로의 농축된 삶을 글에 담아내었고, 그래서 수상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글쓰기를 생각보다 더 무르게 보았다는 기분도 들었다. 또, 항상 글에는 나이가 없다... 고도 느꼈다. 하고 싶은 말이 10년 20년 뒤에 더 잘 생각나게 되면, 필자도 더 나아지게 되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도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다.

    끝으로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이 제2회, 제3회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후원자의 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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