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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예은,「스노볼 드라이브」[오늘의 젊은작가 31]
    깜빡의 서재/책을 읽고 2021. 8. 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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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성 독서왕 독후감 대회에 글을 쓴 책입니다. 네 번 정도 읽으며 독후감에 적지 못한 수많은 감상들이 남았고, 조금은 자유롭게 이 자리에 풀어보려 합니다. 공모전 출품작과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는 점, 먼저 알려드립니다.

    # 여담 1. 작품의 내용과 표지 사이에는 하등 관련이 없습니다. 그림을 보며 작품에 대한 선입관을 형성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총평
    눈이 내리는데
    뛰어놀고 싶다기보다는
    우울해지는 그런 날들의
    연속


    조예은, 「스노볼 드라이브」, 민음사, 2021






     

    # 이런 분들께 추천, 혹은 안 추천
    이 작품은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절반만 권유하고 싶다. 현실을 다른 시각에서 고민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강하게 권유하고 싶다.


    # 작품을 읽고 든 생각들
    작품 속 세계는 온통 흰빛이다. 그러나 작품 속 장소에서 우리는 보통 흰색 하면 떠올리게 되는 대부분의 것을 느끼기 힘들 것이다. 밝고 하얗기는 하지만, 작품 속 가짜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는 표현에 진짜 눈보다도 어울린다. 순수하지도 않고, 무결하지도 않고, 선하지도 않고, 심지어 사브작거리거나 막 건조기에서 빼낸 수건의 냄새를 하지도 않는다. 가짜 눈은 공포스럽고, 인간에게 악하며, 절대로 녹아 없어지지 않고 차곡차곡, 생명이 질식하고 물건이 바스라질 때까지 차오른다.

    인물들은 이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공포 속에서 눈을 감아버리기도 하고(굳이 따지자면 서울 사람들?), 실제로 눈이 멀기도(이모의 가능성), 마음의 눈을 닫아 버리기도 한다(이월의 경우). 물론 모든 사람이 한날한시에 죽어버릴 순 없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인간은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상황에서도 살아가야 하고, 또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 인물들은 그렇게까지 비관적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가끔 웃고, 아주 가끔 행복하고, 대체로 슬픈 게 지금의 우리와 닮았다.

    작품을 읽으며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속 우리의 상황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물리적으로 보이는 실체가 아니라 에어로졸이라는 작디작은 존재가 떠다니는 무서움 속에서 우리는 밖에 함부로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위험성에 대해 조금씩 잊어갈 때 즈음, 한번씩 발생하는 집단 감염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가게를 열고, 누군가는 그 안에서 알바를 하고, 누군가는 놀러도 간다. 이 모든 상황이 작품과 비슷하고, 그래서 읽으며 인물의 심리에 공감이 더 갔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꼭 현실과 이어 읽을 이유는 없다고 느낀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다면, 이 책을 예언서처럼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니까. 지금까지 겪어 왔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이 예언이 아닌 확신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이 작품을 꼭 현실과 이어 읽지 않아도 된다.

    대신 작품을 읽으며 몇 가지 교훈 정돈 얻어가면 좋겠다. 인간이 극단적으로 바뀐 일상에 어떻게 적응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여유가 없어지는지, 그래서 평상시에 하지 않았을 말들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거기에 맞은 사람이 얼마나 아프고 피로하고 고통스러운지. 이런 것들에 대한 교훈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작품 속 백영시는 시스템을 위해 희생된 '한국의 쓰레기통'과 같은 배경으로 등장한다. 과연 「스노볼 드라이브」 속 서울 시민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아마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백영시의 시민들은? 녹지 않는 눈을 삽으로 퍼 나르다 변변치 않은 보상도 없이 죽어버린 어머니는? 그것을 보면서도 일을 대물림하는 모루는? 어떤 마음이며,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걸까?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보는 이유는, 그렇지 않은(비교적...?) 현실에 대입해서 좀 더 나은 결론을 얻기 위함이 아닐까.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죄책 하거나 반성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것들을 첫 번째로 한 다음,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 작품을 읽은 우리 앞에 가짜 눈이 도달한다면, 고민한 우리는 작품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소설에서의 간접 경험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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